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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신질환으로부터 가정의 보호, 국가의 중차대한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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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01 00:06:35 수정 : 2024-11-01 00: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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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증 정신질환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국민이 63만6532명에 이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인구 5132만여명의 1.2%로 거의 100명당 1명꼴이다. 문제는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도 정작 본인이 이를 알리고 치료를 자청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점이다. 설령 가족이 눈치를 챘어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찍기나 본인의 반발이 두려워 드러내길 꺼리는 사례가 많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신질환이 한 가정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 본지의 ‘망상, 가족을 삼키다’ 시리즈 보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27세 남성 A씨의 어머니 살해 미수가 대표적이다. 초등학생 시절 부모가 이혼한 A씨는 난데없이 아버지 사망 보험금 10억원을 달라며 어머니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부친은 생존해 있었다. A씨 어머니는 사건 후 한참이 지나서야 아들이 조현병 환자라는 점을 깨달았다. 본지가 지난 10년간의 존속살해 및 존속살해미수 사건 1심 판결문 386건을 분석했더니 피고인의 54.7%가 정신질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가정 파괴를 부르는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족 중에 중증 정신질환자가 있을 때 그를 돌볼 책임은 전적으로 다른 가족 구성원들 몫이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이 가족을 ‘보호의무자’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 가족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병원에 강제 입원을 요청하는 것뿐이란 점이다. 입원을 원치 않는 환자가 강하게 반발해 가족 관계에 금이 가고, 심지어 의절을 택한 이도 있다니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가족 말고 판사가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을 결정하도록 하는 ‘사법입원제’의 조속한 도입을 통해 가족의 부담을 덜고 가정 해체를 막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 등을 위한 ‘마음 건강’ 지원 사업에 7892억여원을 배정했다. 이는 경증 정신질환이 주된 대상이고 중증 정신질환 대처를 위해선 훨씬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사업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관심사로 단정해 삭감 방침을 세웠다니 기가 찰 뿐이다. 경증 단계에서 잘 치료해야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민주당의 재고를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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