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사 당일 즉각 공개는 이례적
일본 “사거리 1만5000㎞ 이상 추정”
김정은 “핵무력강화노선 유지 확언”
정부 ‘미사일 품목 수출통제’ 대응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단계적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미 대선을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는 한편, 북한군 파병 후폭풍으로 유럽에 쏠린 시선을 한반도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 대선에 개입하기 위해 그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대선 전후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과시, 이런 것의 일환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핵탄두 생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처음 공개했고 23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략 미사일 기지를 방문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기술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앞으로도 ICBM 정상각도 발사, 7차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증폭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날 ICBM 발사는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한 것에 대한 국제사회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의견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쏜 ICBM은 고도와 비행시간 측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미 본토 전역을 공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비행 거리와 고도를 고려하면 사거리가 탄두 중량 등에 따라 1만5000㎞를 넘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ICBM 성능을 높이는 개량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선 고려되는 것은 연료탱크 용량 확대다. 연료 탑재량이 늘어나면 엔진 가동 시간도 연장된다. 연료 탑재량 증가와 맞물려 미사일의 길이를 늘였다면 탄두 중량을 줄이지 않고도 비행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미사일 길이를 늘이는 대신 탄두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행 거리를 연장하는 기술을 채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사일 시험발사 사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통상 북한은 미사일 발사 사실을 다음날 관영 매체 아침 보도를 통해 하루 늦게 공개해 왔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발사 다섯 시간 만에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공화국 안전을 위협해온 적수들에게 우리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부합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며 “공화국 핵무력강화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을 확언한다”고 했다.
한·미는 이날 정밀유도무기를 장착한 한국 공군 F-35A, F-15K, KF-16 전투기와 미국 공군·해병대 전투기 및 MQ-9 무인기 등 항공기 110여대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프리덤 플래그’를 실시했다. 군 당국은 이날 북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모사한 표적을 타격하는 훈련, 적 가상 레이더망을 뚫고 전쟁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정부도 이날 고체추진체, 동체, 연소관, 구동장치 등 고체추진 미사일 개발 관련해 북한이 자체 생산이 어려운 15개 부품을 ‘고체추진 미사일 분야 북한 맞춤형 감시 대상 품목’으로 새로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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