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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반달가슴곰)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유일한 곰이다. 몸 전체가 광택이 나는 검은색이라 ‘아시아 흑곰’으로도 불린다. 몸길이 1.92m, 꼬리 길이 80㎝, 몸무게 107㎏ 정도에다 가슴에 흰 초승달 무늬가 특징이다. 머루·산딸기·다래·도토리를 즐겨 먹지만 썩은 나무를 파서 벌레와 개미, 곤충의 번데기도 먹는다. 사실상 잡식성인 곰은 사람이 먹는 음식은 거의 다 먹는다.

반달곰을 비롯한 한반도의 대형 포유동물이 사라진 것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일제강점기에 해로운 동물을 없앤다는 명목 아래 시행된 ‘해수구제’ 정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제는 호랑이, 표범 등 총 7만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계획적으로 제거했고 반달가슴곰 역시 이 무렵 거의 사라졌다. 6·25전쟁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데다 비싼 약재로 거래되던 웅담(곰의 쓸개)을 얻으려고 밀렵이 끊이지 않으면서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다. 반달가슴곰은 현재 천연기념물(329호) 및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2004년 한반도 반달곰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러시아 연해주 반달곰 암수 3쌍을 지리산 권역에 방사하는 것으로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왜 하필 지리산이었을까. 생존 먹이량과 면적(440㎢) 등이 남한에서 가장 적합해서다. 복원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올무에 걸려 폐사하거나 자연적응에 실패해 방사장으로 잡혀 오는 경우도 있었다. 마을 양봉 농가나 사찰을 급습해 음식과 꿀을 훔쳐 먹거나 심지어 겨울잠에 들어가지 않는 것조차 국민의 관심사였다.

그런 반달곰 개체 수가 복원 목표인 50마리를 훌쩍 넘어 지난 8월 기준 89마리로 늘었다. 이 가운데 32마리에만 위치추적장치(GPS)가 작동하고 있어 실체 개체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리산 내 먹이 자원과 서식 위협 요인 등을 고려한 반달곰 개체 수는 적정선이 64마리, 최대 78마리이다. 적정 개체 수를 넘다 보니 곰들이 서식지를 덕유산, 가야산 일대로 옮겨가고 있다. 환경부도 개체 수 증가보다는 서식지 안정화 중심으로 사업목표를 바꿨다. 다시 돌아온 반달곰과 인간의 진정한 동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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