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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돌봄 가족 38% 우울장애… “일도 여가도 사치” [심층기획-망상, 가족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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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30 06:00:00 수정 : 2024-11-03 15:3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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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4명이 “일상 포기” “구직 단념”
가족지원가 만나 삶 달라졌다는 60대 母
“서울 지원가 11명 그쳐… 예산 확대를”

#. 조현병이 있는 31살 아들을 돌보고 있는 유숙희(가명·61)씨는 아들의 입원과 동시에 수학 교사 일을 관뒀다. 숙희씨는 “항상 불안하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일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스트레스는 곧 신체 이상도 불러왔다. 그는 “처음엔 주부습진이었는데 점점 심해져 지금은 손발이 다 갈라졌다”고 했다.

 

#. 김은순(가명·50대)씨는 20대 딸의 조현병 발병 후 미술 활동을 접었다. 그는 “20~30대 아픈 아이를 둔 부모는 대개 50~60대”라며 “한창 사회생활할 나이지만 아이에게 언제 투입될지 몰라 정기적인 일을 할 수 없다. 성취감을 포기하고 남은 건 고립감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정신질환자 가족은 오늘도 입·퇴원, 복약관리 등 ‘보호자의 굴레’ 속에서 노심초사 환자 곁을 맴돌고 있다. 29일 세계일보와 인터뷰한 정신질환 당사자의 부모 13명과 형제 2명은 쳇바퀴 같은 돌봄노동 속에서 일도, 삶도 사치가 돼 버렸다고 고백했다. 이들에 대한 정서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복지부가 4월 발간한 ‘정신질환자 및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가족 995명 중 61.7%는 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가족 절반 이상(57.5%)이 환자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을 고백했고, 10명 중 4명(38%)꼴로 우울장애를 보였다. 이는 일반 국민의 우울장애 유병률(남성 3.9%, 여성 6.1%)보다 6~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또 정신질환자를 돌보느라 일상을 포기하거나(39%) 구직 활동을 단념한 이들(38.6%)도 다수였다.

 

가족들은 ‘가족지원가’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지원가는 상담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 가족의 심리적 회복을 돕는 이들이다. 이들 또한 정신질환 당사자 가족인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받은 양성교육과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가족을 지원하고 있다.

 

되찾은 미소 가족지원가 활동을 통해 조현병이 있는 딸 고유선(32·왼쪽)과의 관계를 회복한 노은영(64)씨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노은영씨 제공

조현정동장애 10년 차 30대 딸이 있는 노은영(64)씨는 2년여 전 가족지원가를 만나고 삶이 180도 달라졌다. 2015년 딸이 처음 발병한 후, 병식(병에 대한 자각) 없는 딸을 입원시키려 사설 구급차도 불러보고, 안 먹겠다는 약도 억지로 먹이며 24시간을 딸에게 쏟았다. 운영하던 약국도 접었다. 은영씨는 이 시간을 회상하며 “모든 게 맨땅에 헤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가족지원가를 만난 뒤, 은영씨는 딸과 소소한 대화도 나누고 자조모임도 함께 가며 일상을 회복하게 됐다. 가족지원가가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정신장애인 등록’을 하는 것도 알려줘 필요한 정보와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제 그는 서울 성동구 정신건강복지센터 ‘가족지원가’로 활동하며 한 달에 두 번씩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가족을 돕고 있다.

 

문제는 가족지원가 사업이 수년째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다. 2021년부터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가족지원가 양성에 나섰지만, 여전히 25개 자치구 중 6개(강서·금천·성동·은평·종로·중)구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활동 중인 가족지원가는 11명뿐이다. 가족지원가 보상은 최저시급 수준으로, 사실상 자원봉사처럼 운영되는 탓에 지원자가 적다. 은영씨는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어려움을 나누는 것이 가족지원의 핵심”이라며 “가족지원가 예산 확대가 간절하다”고 말했다.

 

“아이 손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치만 어쩌겠어요.”

 

중증 정신질환을 가진 부모들이 한 번쯤 가져본 마음이다. 실제로 부모가 정신질환 자녀의 손에 죽거나 죽을 뻔한 참극이 전국에서 매년 20건 이상 발생한다. 존속살해범이 된 정신질환자 한 명에게 엄한 죗값을 물어도, 바뀌는 건 없었다.

 

세계일보는 8개월간 무엇이 그를 부모를 죽인 범죄자로 만들었는지 추적했다. 최근 10년 치 존속살해·존속살해미수 판결문 823건을 살피고,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건의 규모와 특성, 원인을 분석했다. 정신질환이 있는 당사자와 가족,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 등 84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1회> 아무도 몰랐던 시그널

 

[단독] “父 사망보험금 내놔!” 망치 들고 달려든 아들… 그 전까진 병인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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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증 정신질환 치료 중요성 몰랐던 가족… 약 끊는 순간 참극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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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증 정신질환 자식 못 돌봤다는 죄책감에… 피해자 64% ‘선처’ 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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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치료 없이 돌아온 가해자

 

[단독] ‘정신질환 치료감호’ 별따기… 대부분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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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신질환자 보호관찰 유명무실… 출소 후 관리 가족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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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가정파괴 부르는 '보호의무'

 

[단독] “강제로 끌려가” “살리려 입원”… 가족 간 비수 꽂는 ‘보호의무’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29515462

 

정신질환자 돌봄 가족 38% 우울장애… “일도 여가도 사치”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29515395

 

<4회> 입원하고 싶어도 병상이 없다

 

[단독] 장기입원자 ‘집’이 된 정신병원… 급성기 환자는 갈 곳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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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퇴원환자 재입원 않게 전문가가 점검… ‘사례관리’ 확대를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30515489

 

<5회>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단독] 100명 중 1명 중증 정신질환… 우린 이웃이 될 수 있을까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31517061

 

“병원 아닌 선택지”… 정신질환 회복을 돕는 동료지원쉼터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031519180

 

중증 정신질환 당사자·가족·전문가 25인이 당신께 보내는 편지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101509734


김나현·조희연·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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