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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은 ‘노인’ 시대, 기준 75세로 높이자?… 빈곤 대책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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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3 18:43:48 수정 : 2024-10-23 18: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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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노인회장 “75세로 단계적 상향” 제안
노인빈곤·자살률 OECD 최고…상황 악화 우려
일본처럼 고용연장 등 사회적 안전망 뒷받침 필요

경기 수원시에 사는 박모(70)씨는 수도권에서 무역 관련 사업체를 2곳을 운영하고 있다. 평소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하고 있고 사업에 대한 열정도 식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은퇴하라’거나 ‘빨리 사업체를 넘기고 집에서 쉬라’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서운한 느낌이 든다. 박씨는 “과거에나 노인이었지, 요새 내 또래면 경로당에 가도 막내 취급을 받는다”며 “세상이 바뀌어서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65세부터 노인 취급하면 30년 넘게 집에만 갇혀 있으라는 법이냐”고 반문했다.

 

저출생·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통상 만 65세로 규정하고 있는 노인 기준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지하철 종로3가역에 한 어르신이 개찰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중근 제19대 대한노인회장(부영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현재 노인 인구는 1000만명이지만 2050년에는 2000만명, 나머지 인구 3000만명 중 20세 이하 1000만명 외 남은 중추 인구 2000만명이 2000만 노인 노익 복지에 치중해 생산인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노인 기준 연령 상향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회장은 “현재 65세인 노인 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 75세 정도로 높여 노인 숫자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인 기준 왜 높여야 하나

 

우리나라에선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통념상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간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노인 관련 정책이 담긴 노인복지법에서 ‘65세 이상인 자를 노인으로 정의한다’는 문구는 없지만, 노인학대 보호 대상자나 경로우대 수혜 대상 등을 65세 이상으로 정하는 등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한 어르신이 길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 회장의 발언 이튿날 곧바로 “여성과 노인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데 굉장히 중요하다”며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을) 중요한 문제로 보고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부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법적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공식적으로는 2012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중장기전략 중간보고서에 고령자 기준을 70세나 7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제언이 등장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경제활동인구는 계속 줄어드는데,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1980년 기준으로는 55세의 기대여명이 20.10년이었지만, 2021년 기준으로는 65세의 기대여명(21.59년)이 과거 55세를 뛰어넘는다. 

한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어르신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는 모습. 연합뉴스

노인들 스스로도 65세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자들이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다. 복지부는 3년 주기로 노인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매번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연령 기준도 늦춰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체적으로 연령 기준 상향 카드를 추진하고 있다. 대구시는 만 65세인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2028년까지 매년 1년씩 늦춰 만 70세까지 상향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연령 기준 개편을 검토 중인 가운데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일부를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국의 노인 기준은 어떻길래

 

고령화를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해외 선진국들은 노인 기준 연령 상향 문제를 정책적으로 대응해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제도와 노인복지제도의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으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논의해왔다.

 

독일은 2012∼2033년에 걸쳐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높이도록 하고, 최근 68세로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적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7세로 상향 조정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앞에 점심식사를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어르신들의 그림자가 바닥에 비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은 2020년에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66세로 조정했고, 2026년에 67세로 추가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도 2020년에 법률 개정을 통해 70세까지 퇴작자 재고용 또는 정년 연장을 하도록 규정했고, 올해 5월에는 총리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노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인 기준 연령이 65세인 가운데 법정 정년은 그보다 낮은 60세로 고정돼 있고,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올해 기준 63세(2033년까지 65세 상향 예정)여서 일정 기간 소득 공백기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년 연장, 연금 수급 연령 등에 대한 묵혀둔 채 일방적으로 노인 연령 기준만 올리면 노년의 삶이 더 팍팍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이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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