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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AFP통신은 ‘2007년 황당 뉴스’ 중의 하나로 ‘한국의 한 지방에 어떤 항공사도 원치 않는 공항이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한국에는 이상한 공항이 있다’였다. 1억4000만달러나 들여 개항했으나 어떤 항공사도 취항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이용객이 없기 때문이다. 당시 AFP가 공항 이름을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른바 ‘정치 공항’ 중 하나였음이 분명하다. 정권의 실력자, 유력 정치인이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지역 표심을 얻으려는 계산에서 추진했던 공항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세워졌던 김영삼 공항(강원 양양). 김중권 공항(경북 울진), 유학성 공항(경북 예천), 정동영 공항(전북 김제) 등은 사정이 엇비슷했다. 당시 양양공항은 성수기인 7, 8월에도 이용객이 하루 평균 2∼4명에 불과했다. 2008년 11월부터 9개월 동안은 비행기가 한 대도 뜨지 않았다. 울진공항은 취항하려는 항공사가 없어 개항을 못 하다 현재는 비행훈련원으로 쓰고 있다. 2003년 공사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초 공항 계획이 공식 폐기된 김제공항은 주민들이 공항 부지를 빌려 배추,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이런 식으로 공항을 짓다 보니 현재 전국 15개 공항 중 11개 공항이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신공항을 더 짓겠다고 한다. 새만금을 비롯해 부산, 제주, 충남 서산, 경기 남부 등 전국 10곳에 신공항이 추진되고 있다.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그물망처럼 발달해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한국에서 공항이 25곳이나 필요한지 의문이다. 배편으로 워낙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울릉도·백령도·흑산도 같은 섬의 소규모 공항 정도가 필요성이 인정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에는 공항이 98개나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1개 이상 공항을 짓는 바람에 대부분 적자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논리와 지역발전 명분으로 늘어난 공항은 국가의 무거운 짐이 되어가고 있다. 공항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요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설명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공항은 정치적 전리품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공항 포퓰리즘’ 근절책 마련이 시급하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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