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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 애국주의 성향 중국인
자국 비판 한국기사에 ‘우르르’
갈등 요소만 골라 韓 분열 조장
조직적이고 도 넘은 행태 눈살

한국 포털사이트에 중국 관련 기사가 게재되면 이런저런 댓글이 달린다.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어떤 댓글에는 여전히 시쳇말로 ‘긁히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내가 왜 중국 기사를 한국 포털에서 봐야 하느냐’, ‘그렇게 중국이 좋으면 네가 중국에 가서 살아라’ 등등의 댓글이 달리는데 기자는 중국 베이징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 기사 뒤 이메일 주소 앞에 ‘베이징=’이라는 장소가 붙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사실 이런 댓글은 애교 수준으로, 인명 사고나 재해를 보도한 기사에 달리는 일부 댓글을 보면 이러려고 기사를 썼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 때가 있다.

어쨌거나 이는 한국에서도 종종 겪어오던 일인데, 베이징에 특파원으로 부임한 뒤로 중국인이 한국어로 다는 댓글들이 부쩍 늘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댓글 작성자 팔로 기능이 있는데, 그렇게 모은 작성자가 벌써 십수명이다. 이들이 남긴 댓글 모아보기를 클릭하면 가관이다 싶으면서도 각자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 같아 실소가 나온다.

가령 가장 열심히 댓글을 다는 이는 거의 매번 ‘너희 식민지 남조선인들은’으로 글을 시작하는데, 주권도 전시작전권도 외교권도 없는 미국 식민지인 한국은 주제파악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내용을 주로 담는다. 또 어떤 이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에 지나친 관심을 보인다. 댓글을 다는 이들은 여럿이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대동소이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네오나치로 규정하며 러시아 승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가 하면 중동에서는 ‘저항의 축’을 치켜올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스라엘이 게릴라전에 능한 헤즈볼라를 상대로 지상전에 돌입한다는 자체가 자살행위’라든가 ‘미국이 후티군 미사일에 핵항공모함을 두들겨 맞고 수리하러 가고 나서도 감히 후티군을 상대로 지상전을 못한다’는 등 다소 황당한 주장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보다 질이 좋지 못한 부류가 있다. 위의 중국 관련 기사에도 등장하면서 한국 내 정치·경제·사회문제에까지 따라다니며 댓글을 다는 자들이 있는데, 닉네임과 프로필사진을 자주 바꿔가며 세대·성별·지역 등 갈등 요소들만 골라서 논란이 될 만한 댓글을 달고 다닌다. 대표적인 사례 몇 개를 가져올까 했지만 정도가 심해 차마 언급할 수조차 없다. 한국 사회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는 악랄한 짓으로 보인다.

펀칭(憤靑)이나 샤오펀훙(小粉紅)으로 불리는 중국의 맹목적 애국주의 성향 네티즌의 패악질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큰 나머지 중화민족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한국어라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린 것 같은데, 자국에서 접속도 안 되는 한국 포털사이트에서까지 흘러들어와 물을 흐리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달 중국 선전에서 일본인 초등학생이 중국인 남성의 습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다수의 중국 네티즌은 아이가 무슨 죄를 지었냐며 범인을 규탄하는 댓글을 작성했다. 그중 한국에서 활동하는 샤오펀훙들이 새길 법한 글을 소개한다. “제발 저능아들이 머리를 쓴답시고 행동에 나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광신도들의 개별적인 소행을 넘어 조직적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과 김은영 교수·국립창원대 국제관계학과 홍석훈 교수 연구팀이 공개한 ‘한·중 경쟁산업 분야에 대한 인지전 실태 파악’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경쟁 산업 분야 기사에 주기적이고 조직적으로 한국산을 폄하하고 중국산을 호평하는 댓글이 지속적으로 게재됐다.

보고서는 중국인 추정 댓글 행위자의 전체 댓글 이력을 분석해 이 같은 중국발 여론 선동 행태가 국민에 대한 ‘겁주기’, ‘갈라치기’ 전술과 중국을 비판하는 국내 매체의 영향력을 떨어뜨리려는 ‘버리기’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 되면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일각에서 나오는 ‘댓글 국적표기’의 경우 실효성 문제가 있다지만 이대로 두고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이우중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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