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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살며] 은행·공공업무 때마다 만나는 한국어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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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2 23:51:37 수정 : 2024-10-02 2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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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체류 외국인의 수는 250만7000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4.89%를 차지한다.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사회를 다문화사회라 부른다면 한국은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나는 미얀마에서 외국어대학 한국어학과를 다녀 수업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많이 배웠고, 그래서 한국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중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적인 문제였다. 5년 전 인천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한국어가 서툴던 친구들을 도와주며 언어 장벽의 어려움을 더욱 실감했다. 이화여대에 입학하여 공부하면서 한국어 능력은 많이 향상되었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하지만 얼마 전 병원에 갔을 때 한국어 부족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병원에서는 내 여권과 외국인등록증에 나오는 이름을 한국어로 적어달라고 했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얼마 전에 독감으로 인천의 한 병원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간호사가 계속 한국어로 이름을 쓰라고 요구했고 나는 참 답답했었다. 외국인으로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여권에 기재된 이름으로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상대방이 이해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

이런 어려움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어를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미얀마 동생은 영어에 능통했기에 간단한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혼자 은행에 갔지만, 결국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통역해주려 했지만 사기 위험 예방 차원에서 전화로는 통역이 안 되니 나보고 은행에 직접 오라고 했다.

최근에는 어머니의 건강보험 가입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가 한국에 온 지 6개월이 지나서 국가건강보험에 의무가입자가 되었다는 고지서가 건강보험증과 함께 왔다. 콜센터를 통해 한국어 상담사에게 내야 할 보험료와 가입 절차에 관해 물었다. 상담사는 어머니가 직접 한국어로 정보를 말해 달라고 했다.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어머니는 당황하며 여권 번호와 이름을 영어로 읽어주었다.

그다음, 상담사는 한국 거주지를 한국어로 읽어달라고 요청했다. 나도 어머니도 다시 당황했다. 상담사도 결국 포기하고, 사기 예방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의합니다”라는 말을 한국어로 따라 하라고 요구했고, 어머니는 내 발음 하나하나를 따라 하면서 “동.의.한.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건강보험에는 가입했지만, 나와 어머니 모두 기진맥진했다. 알고 보니, 영어, 중국, 베트남어, 우즈베크어 등 외국어 상담사가 따로 있었지만, 미얀마어는 없었고, 내가 한국어를 할 수 있어 한국어 상담사 연결을 요청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은행, 병원, 보험 등 돈과 관련된 업무는 한국인들에게도 힘든 일인 줄 안다. 한국인에게 힘들다면 외국인에게는 더욱 힘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점점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이에 대해 준비를 한다면, 한국어가 서툴면 공공장소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 것, 이것은 순차적으로, 체계적으로 풀어나가야만 하는 큰 과제이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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