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대법원장이 특별검사 후보 4인을 추천하고 야당이 2명으로 압축하는 내용의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이른바 ‘제3자 추천 특검법안’이다. 법안은 대법원장이 우선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2명으로 추린 뒤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게 되어 있다.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방안은 당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시했던 안이다. 민주당은 제3자 추천을 법안에 명기함으로써 특검법 관철을 위한 대여 압박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제3자 추천 특검법안을 놓고 국민의힘 내 갈등이 있는 만큼 여당의 분열을 꾀하려는 속내도 읽힌다.
민주당이 이번에 새로 발의한 법안은 사실상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는 ‘무늬만 제3자 추천’이라고 볼 수 있다.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등 야당에 일종의 비토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제보 공작’도 법안에서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이런 점 등을 지적하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차하게 야당의 비토권 보장 같은 것을 넣지 말라”(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는 격한 비판이 나왔다.
더구나 새 특검법은 특검 권한과 수사대상 범위, 증거수집 기간 등 다른 내용은 민주당 이전 법안과 같다. 지난달 발의했던 세 번째 특검법과 마찬가지로 김건희 여사도 수사대상으로 적시했다. 채 상병 특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수사가 잘되고 있다”며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을 보듯 뻔하다.
언제까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소모전을 지켜봐야 하는지 착잡하다. 국민의힘이 지적한 대로 ‘정쟁용으로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추경호 원내대표)가 아니라면 무조건 특검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을 경우 그때 특검을 추진하면 된다. 김진욱 전 공수처장도 어제 방송에 나와 “특검으로 계속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생긴 이상 인력과 권한을 보강해서 특검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법 개정을 해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김 전 처장의 지적을 야권은 새겨듣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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