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 중인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 하루 평균 작업 인원이 200명 이상인데 그늘 천막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작업 공간과 거리가 멀어 이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침 합동 조회시간, 안전담당자는 폭염 주의보 및 경보 시 강제 휴식을 진행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현장에서의 강제 휴식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건설노동자 문여송씨가 1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기 건설노동자 사망 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토론회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52조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고, 고용노동부가 ‘폭염 대비 노동자 건강보호 대책’을 마련했으나 현장 근로자들은 ‘허울뿐’이라고 지적한다.
문 씨는 “하루 일해 일당을 받는 일용직 건설노동자들에게는 폭염은 생계 위협 요소”라며 “기계는 고장 나면 수리라도 하지만 사람은 회복하지 못할 상태에 놓이며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 시 작업 중단에 관한 기준을 법으로 명시하고, 냉방 시설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상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될 시 사업주는 휴식을 제공하고 휴게시설을 제공하게 돼 있다. 다만 구체적 기준은 없다.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는 이 같은 기준을 폭염 단계별로 설정해 둔 것이다. 가이드에 따르면 사업장에서는 체감온도가 31도를 넘으면 폭염에 대비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33도 이상이면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15분 휴식을 취해야하고, 35도가 넘어가면 무더위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옥외작업 중지하도록 권고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지난달 27∼28일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이날 공개했다. 설문에 따르면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시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옥외작업 중지하게 돼 있는데 80.6%는 “중단 지시 없이 일하고 있다”고 답했다. ‘폭염으로 작업 중단을 요구한 적이 있는지’에 관한 물음에도 89%는 “요구한 적 없다”고 했고, “요구한 적 있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건설노조는 폭염기 지침 이행 관련 고용부와 노조가 시행한 실태조사의 차이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5월 고용노동부는 “산안법에 따라 폭염기에 작업 중지를 발동하도록 권고하는데 지난해 점검 대상(2471개소)의 77%가 폭염 시 정기 휴식을 취하게 했다”고 밝혔다. 작업 중지는 36%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노조 측은 “실태 파악이 다르니 해결방향도 다른 것”이라며 “고용부는 지침만으로도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으니, 법제화보단 자율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건설노조는 폭염 시 작업 중지권을 강화하는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건설현장에선 물, 그늘, 휴식 같은 폭염 지침을 지키면 그만큼 비용이 든다”며 “건설경기 침체에 폭우까지 겹친 상황에서 폭염 지침은 지키면 손해, 안 지켜도 그만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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