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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호섭의전쟁이야기] 현대전쟁 주도하는 ‘비정규 무장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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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09 23:04:40 수정 : 2024-06-09 23: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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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역사를 통틀어 오랜 기간 용병은 전쟁의 중심 주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세기 프랑스 대혁명 이후 국민군의 등장으로 참전자의 정체성이 국민 공동체의 틀 안에서 정의되기 시작했다. 특히 상상의 공동체인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민 국가의 출현으로 클라우제비츠가 정의한 전쟁의 본질인 ‘삼위일체(폭력성-합리성-우연성)’ 중 폭력성을 국민이 담당하며, 1, 2차 세계대전에서와 같이 국민이 전쟁의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 민족주의와 함께 양극단의 이념이 세계를 지배했던 냉전 시기에도 비교적 참전자 정체성을 명료하게 규정할 수 있었으나, 20세기 후반 탈냉전 시기에 들어서면서 정체성을 하나로 정의하기가 점점 모호해졌다.

이 시기부터 전쟁의 양상이 주로 저강도의 비정규전 위주로 변하면서 국가의 정규군뿐 아니라 다양한 참전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에 대항한 세력은 정규군이 아닌 다양한 무장 단체들이었다. 국민을 전쟁 수행에서 배제한 모병제 군대만으로는 장기간의 전쟁을 수행하기가 어려웠던 미국은 민간군사기업과 같은 용병을 참전자로 고용했다. 한편, 미국이 직접적인 개입을 주저한 중동에서의 저강도 분쟁 역시 정규군뿐 아니라 정치세력, 민병대, 고용된 용병, 테러 단체 등 다양한 무장 집단들에 의해 전쟁이 수행되었다.

프랑스 국민군의 군가 ‘라마르세예즈’. 이후 프랑스 국가가 된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고강도의 정규전에서도 참전자의 범주가 확장되었다. 러시아의 바그너 그룹과 같은 용병집단이나 다국적 의용군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싸운 사례는 국가 간의 전쟁에서도 비정규적 성격의 참전자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이전에도 이러한 비정규적 무장 집단을 군사적·비군사적 수단과 방법을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에서 활용하며 전략 목표를 달성해 왔었다. 이러한 집단들은 애국심을 제일의 덕목으로 삼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국가의 전쟁에 참여한다.

앞으로 참전자 정체성의 다양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의 전쟁에 비해 대규모 군대 유지의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개별 전투원의 능력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래에는 AI와 로봇이 전쟁에서 인간을 대체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또한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류로 군대 내에서도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운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와 국민’이라는 전통적인 가치와 이에 기반을 둔 군인정신에 화두를 던지고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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