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한 대학 바둑학과인 명지대 바둑학과가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교수와 재학생들이 폐과 결정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재판장 김우현)는 남치형·다니엘라 트링스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와 학과 재학생, 한국바둑고 재학생 등 69명이 명지학원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낸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지난달 31일 기각했다.
2022년부터 폐과를 논의해온 명지대는 지난 4월 내년도 바둑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학칙 개정을 공포했다. 대교협은 이런 대입 시행계획을 승인해 1997년 개설된 바둑학과 폐과가 결정됐다.
남 교수 측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의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바둑학과 폐과가 논의됐지만 두 학교의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폐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영 악화와 바둑 인구 감소 등을 이유로 논의됐던 학칙 개정이 객관적 근거로 뒷받침되지 않았고 교수의 신분 보장, 재학생 수업권 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번 가처분과 관련해 한국 바둑랭킹 1위인 신진서 9단과 국가대표팀 감독, 선수 약 40명 등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학칙 개정 과정이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두 학교 통합 추진 동의서에 관련 내용이 기재되긴 했으나 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바둑학과 폐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재학생들은 여전히 바둑학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고 교원들 역시 직접적인 신분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학칙 개정에서 채권자들의 권리나 신뢰이익 보호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 교수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반대해 항고했다.
명지대 바둑학과는 세계 유일 바둑학과로 20여년간 프로 기사와 관련 종사자들을 배출해왔다. 올해 정원 21명으로 유학생 등을 포함하면 전체 재학생은 약 100명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