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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 임택수 “실패한 사람들에게 위로 건네는 마음 담았죠”

입력 : 2024-05-16 21:38:08 수정 : 2024-05-16 23: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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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 ‘김섬과 박혜람’ 출간 간담회서 만난 임택수

방황 거듭하는 두 여성 주인공
자신만의 인생 찾는 여정 담아

“현재 있는 공간서 업 계속하며
분발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어
산사 배경 차기작 장편 준비 중"

“지금도 조금 특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산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환경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현재 있는 공간에서 생활의 업을 계속하면서 창작하는 시간을 잘 분배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분발하는 모습을 스스로와 주변에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방황을 거듭하면서도 끝내 자신의 인생행로를 찾아나가는 두 여성 김섬과 박혜람을 섬세한 필치로 그린 장편소설 ‘김섬과 박혜람’으로 제20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임택수 작가는 16일 자신의 근황 소개와 함께 이 같은 다짐도 밝혔다.

제20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임택수(오른쪽) 작가가 16일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임 작가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한식당에서 가진 수상작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기간에 가족들의 죽음이 연달아 있었고, 연인과 헤어지는 등 제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다”며 “이 시기를 그냥 보내기엔 무성의한 것 같아 한번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패한 사람들, 어떤 중단된 삶을 사는 사람들, 계획과는 좀 어긋나게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어떤 전환기를 앞둔 시점에서 한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획을 긋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그것은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하는 사건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사랑을 통해서 어떤 균열이 일어나고 균형감을 잃었다가 다시 또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작품에는 두 주인공 김섬과 박혜람뿐만 아니라 그들의 남편이자 연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 짧은 인연을 나누고 헤어지거나 다시 만나는 장면이 펼쳐진다. 이들의 인연은 한국과 프랑스라는 이중의 공간과 문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이어진다.

 

그는 작품 속 화자를 여성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해선 “여성 화자가 남성인 화자보다 객관적일 수 있고, 제가 잘 모르는 분야였다.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것들이 일종의 도전 같았다”며 “제가 남성이다 보니 완전히 몰입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리를 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소설에는 계속된 물음을 통해서 죽음에 대한 사유도 일부 담겨 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개인적으로 죽음들이 너무 많아 죽음을 많이 생각한 것 같은데, 여전히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프랑스 친구들은 죽으면 진짜 끝이야, 라고 간단하게 말하더라고요. 저희 집안은 천주교이지만, 불교의 입장이 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망상일 수도 있겠지만, 결국 죽은 자들은 살아있는 사람들 속에서 살지 않을까, 역설적이지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죽으면 비로소 끝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1968년 진주에서 태어난 임 작가는 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며 등단했고, 연달아 제20회 세계문학상도 수상했다. 현재 지방의 한 사찰에서 템플스테이 일을 하고 있는 그는 차기작으로 산사를 배경으로 한 또 다른 장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제 작품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한다고 하면 그건 착각일 거예요. 이번 소설처럼 규정되지 않는 관계들, 그런 관계의 이면을 보여주고 (책을 통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한 그는 아직 등단을 꿈꾸는 소설 지망생들에게 “자기가 써오던 방식과 색깔을 지키면서 작업을 계속해 나가면 좋겠다”며 결코 지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저 같은 경우도 이번 생애는 등단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지요. 지치면 부정적으로 되고 등단한 사람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되는데, 그러지 말고 계속 자기 작업을 꾸준히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등단한 사람의 작품이 최고이거나 정답은 아니잖아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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