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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라인야후 사태는 ‘AI 국가주의’ 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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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4 23:23:48 수정 : 2024-05-14 23: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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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주권 둘러싼 AI패권경쟁의 시작
국가적 컨트롤타워 세워 일사불란한 대응을

네이버가 우리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손꼽혀왔던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가 작년 11월 일어난 51만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구실로 라인야후의 지배구조 재검토를 압박하는 행정지도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라인’은 라인야후가 제공하는 메신저앱으로 일본 국민의 80%가 사용하고 있다.

 

현재 라인야후의 최대주주인 ‘A 홀딩스’의 지분을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가지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 홀딩스 지분을 정리해 라인야후로부터 네이버의 영향력을 축소하라는 것이 바로 일본 정부가 내린 행정지도의 핵심이다.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게 되면, 네이버가 라인을 기반으로 10년 이상 투자해 일본과 동남아시아에 일궈 놓은 디지털 플랫폼과 사업기반을 통째로 잃을 수 있어 문제는 간단치 않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현재 라인야후 사태가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정리를 확실히 해놓지 못한 네이버 경영진의 잘못된 결정으로 초래된 문제이므로 네이버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본의 한국 기업 경영권 강탈 시도임을 강조해 반일 감정을 부추기려는 움직임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두 가지 시각 모두 라인야후 사태를 지엽적으로 보는 것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 상황은 인공지능(AI) 산업의 패권을 잡기 위해 세계 선진국들이 경쟁을 벌이는 소위 ‘AI 국가주의(Nationalism)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개별 국가들이 생성형 AI의 동력이 되는 개인정보 등 데이터를 자국이 관리하고자 일종의 보호무역 장벽을 쌓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 이용자의 정보가 중국에 넘어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명분으로 중국의 동영상 플랫폼 ‘틱톡’ 퇴출을 위해 ‘틱톡 금지법’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의 중요한 변화는 데이터 또는 이를 다루는 디지털 플랫폼 보호주의 대상이 외교 안보상의 적성국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 억제 목적인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은 틱톡 모회사인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뿐만 아니라 우방국인 미국 기업들인 아마존, 메타, 애플 등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본의 네이버에 대한 행정지도 역시 우방국인 한국 기업에 대한 데이터 보호주의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AI 국가주의 시대에 각국의 데이터 보호주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컨트롤 타워를 정하고 경제안보 측면에서 데이터 보호주의에 일사불란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선진국들의 주도권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AI 산업의 핵심 자원인 데이터에 대한 보호 장벽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현재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는 정책대응 채널을 경제안보를 담당하기 위해 신설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3차장으로 일원화해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서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외교 채널을 통해 대화로 해결을 시도해야 하겠지만, 대화로 해결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일본 정부의 네이버에 대한 행정지도에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면, 중국 정부는 미국의 틱톡 금지법에 대응해 애플에게 스레드와 왓츠앱 등 미국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앱을 중국 내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도록 명령했다.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서 우리도 이와 같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다른 우리 기업들에게도 유사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중에서 데이터 유출 위험이 큰 기업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규제해야 한다. 최근 알리 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들은 고물가하에서 저가 중국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통로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대가로 과도한 고객 개인정보를 수집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 기업들의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그 활용과 국외 유출 여부 역시 면밀히 점검해 규제해야 할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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