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남만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을 놓고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정원 배정으로 시끄러울 때도 전남도민은 별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다만 전남의 30년 숙원 사업인 국립의대 유치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다.
전남의 의료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고난도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타지역 유출률이 48.9%, 중증외상환자 전원율도 49.8%로 전국 평균의 2배를 넘는다. 의료 취약계층인 노인(25.2%)과 장애인(7.6%) 비율도 높고, 섬 등 의료 접근성 취약 지역도 전국 98곳 중 17곳(21.8%)에 달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남 지역 국립의대 유치의 청신호가 켜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전남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국립의대 신설 건의에 대해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를 전남도가 정해서 알려 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남도는 곧바로 목포대와 순천대를 대상으로 용역 기관을 통한 공모를 시행해 정부에 의대 설립 대학을 추천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최근에는 정원 200명으로 2026학년도에 신설해 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립의대 유치를 놓고 서부권(목포대·목포시)과 동부권(순천대·순천시)이 한 치의 양보 없는 경쟁 구도를 보이면서 공모 진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갈 길이 급한 전남도는 동서로 나뉜 갈등을 합의 도출하기 위해 지난 12일 양 시장과 대학 총장이 참여하는 5자 회동을 추진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전남도는 동부권이 공모 참여 전제조건으로 내건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및 부속병원 설립·운영 방안 연구’ 용역까지 공개했다.
동부권이 공모 참여 조건으로 내건 기본 조건들이 갖춰지면서 17일 5자 회동이 다시 열릴지 관심이다. 어느 때보다 의대 유치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그동안의 논의 과정이 기회가 될지, 또다시 논란에 그칠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전남도민들은 의대 설립 공모 진행 과정에 감독자이자 최종 수혜자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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