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약 8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HD현대와 한화오션 간의 갈등이 최근 소송전으로까지 번지며 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지스 체계 전체를 최초로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사업이자, 현대와 한화의 3세대 경영이 처음으로 맞붙는 무대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이처럼 양측이 한치도 물러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의계약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말까지 갈등이 계속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DDX 사업을 둘러싼 HD현대와 한화오션 간 갈등이 적어도 산업부에서 방산업체 지정 시기로 예상되는 9월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에서 방산업체를 한 곳만 지정하게 되면 상세설계 및 선도함 수의계약으로 결정되며 두 개의 업체를 지정할 경우 경쟁 입찰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은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사업비는 7조8000억원 규모며 2030년까지 총 6척이 발주될 예정이다.
앞서 두 회사는 한 번씩 KDDX관련 사업을 따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KDDX 기본설계를 맡은 HD현대 측은 기본설계를 맡은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관례에 따라 당연히 수의계약을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는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하여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로 하여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수상함 기본설계를 한 건도 수행하지 못한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는 물론 수주 실적 또한 충남함, 정조대왕함 등 여러 건을 기록 중”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2019년 방위사업관리규정 개정으로 예외조항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HD현대중공업 임원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HD현대중공업의 ‘수의계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갈등이 지난 7일에는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기록에 등장하는 HD현대중공업 직원 두 명이 한화오션 임직원을 상대로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한 것이다.
이처럼 두 기업이 KDDX에 사활을 거는 가장 큰 이유는 ‘최초의 국내 기술 이지스 체계’라는 상징성에 있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을 발판삼아 세계 특수선 시장에 진출할 경우 발생할 부가가치는 상당하다. 향후 10년 동안 세계 특수선 시장 규모는 약 1조 달러(약 137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번 수주전은 나란히 3세대 경영 전면에 등장한 정기선(HD현대), 김동관(한화) 부회장으로서는 방산시장에서의 능력 평가 첫 시험대이자 맞대결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 올해 말까지는 업체 결정이 될 예정이었는데 현재 양사 간 갈등이 첨예해 방위사업청에서 질질 끄는 분위기”라며 “만약에 수의계약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한쪽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또 시간이 끌려 언제 결판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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