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거짓말, 그리고 알고리즘-미국 정보기구의 역사와 미래/에이미 제가트/유인수 번역/한울아카데미/4만5000원
‘21세기의 경제와 안보는 밀접하게 얽혀 있다. 세계적인 공급망이 형성되어 있고, AI와 같이 민간과 군사 양쪽에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이 극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보기관은 외국 정부와 테러 단체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오늘날 정보기관은 미국의 기술 대기업과 스타트업도 이해해야 하고, 악의적 행위자가 우리의 발명품을 우리를 해치는 데 사용할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23쪽)
과거에는 국가안보 기관만 인공위성 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든지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인공위성 영상으로 감시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상업 인공위성과 AI를 활용한 패턴 분석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기술 발전에 따라 각국은 사이버 공간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데, 사이버 공간은 국경이 없고 공격자를 특정하기도 어려우며 선진국일수록 취약점이 더욱 많은 환경이다.
미국은 정보활동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1·2차 대전과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사상 최악의 테러리스트 빈 라덴을 추적·사살했다. 그러나 미국 정보기구는 정보활동 자체의 어려움뿐 아니라 지나친 파편화로 인한 정보공유 실패, 대중과 정책결정자의 몰이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게다가 사이버 공격과 같은 새로운 안보 위협이 등장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다.
책은 사실상 누구나 정보활동을 하고 선진국의 안보가 더 불리해지는 시대에 미국의 정보기구와 정책결정자들이 검토해야 할 기술과 철학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비록 미국의 정보기관과 활동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정보기구가 미국의 것이고 많은 나라가 미국의 정보활동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우리 정보기구의 체계와 향후 역할을 수립하는 데도 참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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