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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4곳…“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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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9 18:03:30 수정 : 2024-03-29 18: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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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경기침체 여파로 기업의 빚 규모가 2780조원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충당하지 못했다. 30대 대기업의 이자비용 부담 역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인한 우발채무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서울시내 시중은행 대출 창구 앞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한해 총생산으로도 빚 못 갚는 기업들

 

28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업신용(빚)은 2780조1000억원으로 3분기(2734조7000억원) 대비 1.7% 늘었다. 전기 대비 증가율은 작년 2분기 1.1%까지 떨어졌다가 3분기 1.2%에 이어 또다시 상승했다.

 

기업신용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124.3%로, 장기 추세인 119.2%에 비해 5%포인트가량 높다.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생산되는 모든 부가가치를 더해도 기업의 빚을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2019년 3분기 말 100.5%로 100%를 넘어선 뒤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데다 영업실적까지 부진해 기업들이 장·단기 차입금을 늘린 결과인데, 30대 기업도 지난해 부채와 이자비용 모두 급증했다.

 

재벌닷컴이 매출 10조원 이상 30대 대기업의 2023회계연도 감사보고서(별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기업의 부채 총액은 449조1890억원으로 전년(413조2900억원) 대비 35조8990억원(8.7%)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여파로 이자비용 총액은 전년(4조6140억원)보다 61.3%(2조8290억원)나 늘어난 7조444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채를 늘린 기업은 제때 갚지 못해 연체율까지 오르고 있다. 기업신용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65%로, 2022년 4분기(0.95%)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1.12%에서 1.93%로 뛰어올랐다. 

 

나아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의 ‘취약기업’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6.1%, 2분기 44.8%, 3분기 44.4%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덮친 2020년(40.3%)보다 높은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 값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빌린 돈조차 갚지 못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0대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2년 평균 14.4배에서 지난해 2.0배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건설사 10곳 중 4곳이 취약기업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건설사 66곳(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상장기업)의 중위 재무비율을 분석한 결과 39.4%가 이자보상배율 1.0을 밑돌았다. 

 

현재 건설사의 재무제표상 반영돼 있지 않은 PF 채무보증이 작년 3분기 기준 28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한은은 “건설사의 PF 채무보증 등 우발부채도 증가하고 있다”며 “PF 사업장 부실 등으로 우발부채가 현실화할 경우 자기자본에 비해 보증 규모가 큰 일부 건설사들의 부채비율이 상승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부동산 PF 사업장의 부실 확산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종렬 부총재보는 “PF 연체율이 과거 위기 때보다 낮고, 금융기관도 충분한 유동성과 손실 흡수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정부도 PF 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종윤·임종훈. 연합뉴스

◆ 한미 경영권 분쟁, 형제 측 승리

 

한미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형제(임종윤·종훈 사장)가 모녀(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를 눌렀다. 모녀가 추진하던 OCI그룹과의 통합은 불발됐다. 통합 등에 대한 소액주주의 불만이 주주총회에서 형제 지지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라비올호텔)에서 열린 그룹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주총 결과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주주제안 형식으로 올린 후보 5명이 모두 이사로 선출됐다. 반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 기존 이사회에서 추천한 6명은 모두 주주 의결권의 반수 이상 지지를 받지 못했다. OCI그룹 지주회사인 OCI홀딩스 측은 주총 후 “주주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형제와 모녀 간 지분 차이가 2%대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0.5%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 제안에 더 공감을 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재·에너지 중심인 OCI와의 결합에 대한 의구심, 2020년 임성기 창업주 별세 후 송 회장 체제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주가가 하락했던 점 등이 형제에게 표가 몰린 이유로 분석된다. 

 

이날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전국에서 모두 700개의 상장법인이 주총을 열었다. 코스피 193곳, 코스닥 464곳, 코넥스 43곳 등이었다. 카카오그룹 소속 카카오와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 등은 모두 이날 열어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를 물리적으로 어렵게 했다는 비판을 샀다.

 

KT&G는 대전 대덕구 본사 인재개발원에서 주총을 열고 방경만 후보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사장이 바뀌는 것은 9년 만으로, KT&G는 민영화 후 줄곧 내부 출신 인사가 조직을 이끌게 됐다. 방 사장은 주주청구에 따라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해 처음 도입한 통합집중투표제를 통해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1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지분 7.11%)이 방 사장 선임을 반대했지만, 3대 주주인 국민연금(〃 6.64%)과 소액주주(〃 59.3%)는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기업은행이 지지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방 사장과 함께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방 사장은 1998년 KT&G의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입사해 브랜드실장과 글로벌본부장 등을 거쳤다. 브랜드실장 재임 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인 ‘에쎄 체인지’를 출시한 바 있다.

 

◆ 2022년 임금 금로자 대출 첫 감소 기록

 

금리 상승 여파로 2022년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 잔액이 전년보다 1.7% 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대출이 감소한 건 통계 작성 후 처음이다. 29세 이하에서 최대 폭으로 오르는 등 연체율은 4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날 통계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일자리행정통계 임금근로자 부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은 5115만원으로 전년보다 1.7%(87만원) 감소했다. 임금근로자의 평균 대출액이 줄어든 건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금리 상승과 더불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정책 시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신용대출이 1301만원에서 1222만원으로 6.0% 감소해 가장 크게 줄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1953만원에서 1965만원으로 0.6%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29세 이하의 평균 대출이 1615만원으로 4.5% 감소해 전체 중 가장 크게 줄었다. 청년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대출 감소세에도 연체율은 0.43%로 전년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특히 29세 이하 연체율이 0.34%에서 0.43%로 0.09%포인트 올라 상승세를 견인했다. 29세 이하 연체율 상승 폭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산업별로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 많이 종사하는 운수·창고업 근로자의 연체율이 0.16%포인트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연체율이 0.69%로 조사돼 대기업(0.23%)의 3배에 달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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