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방관 등 1000여명 거리 나서
방화복·호흡기 착용한 채 증원 촉구
“잇단 순직 사고… 현장 인원 태부족
이대로 못 살아 정부·국회 책임져야”
“죽지 않고 살고 싶다. 소방인력 확충하라.”
지난달 경북 문경에서 젊은 소방관 2명이 사고로 순직하고 한 달여가 지난 26일, 전국의 소방관과 가족 1000여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순직한 소방관들이 인력난 속에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숨진 뒤 동료들이 증원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동료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해 증원을 절박하게 호소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소속 소방관과 가족 1000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7만 소방관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소방노조가 대규모로 거리에 모인 것은 2021년 7월 노조가 출범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 중 일부는 화재 현장에서 입는 방화복과 공기호흡기 등의 장비를 착용한 채 집회에 참석해 “이대로 살 수 없다, 정부와 국회가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가한 소방관의 가족 중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어린 딸과 함께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소방관들이 이날 집회에 나선 것은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에서 발생한 사고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고인이 된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는 당시 화재 현장에서 내부 인명수색에 나섰다가 고립돼 숨졌다. 이들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1팀 소속이었는데, 1팀은 사고 당시 정원보다 1명 부족한 5명이 현장에 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뒤에야 소방당국이 인사발령을 내 일부 부족한 인원을 채웠지만, 소방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유현준(36) 청년부본부장은 “소방관 순직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2인1조로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시스템이 지켜지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라며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많이 없어 연가도 제때 못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실이 제공한 ‘소방 구조인력 및 부족인력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말 현장 인력 부족률(정원이 법정기준 대비 부족한 비율)은 평균 10.10%로, 2016년의 37% 대비 부족률이 완화됐다. 그러나 지역 간 편차는 상당하다. 대구의 부족률은 2.70%, 대전은 3.29%, 경기는 3.45%에 그친 반면, 전남 23.54%, 울산 21.67% 등 일부 시도의 부족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김동욱 소방노조 울산지부장은 지역에 따른 인력난 편차에 대해 “소방관 임·채용에 대한 권한을 시·도지사가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별로 인력 채용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지역적인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마저도 소방의 근무교대가 2교대에서 3교대로 바뀐 점을 고려하면 증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소방노조 관계자는 “최근 2만여명의 소방 인력을 충원한 것은 교대 근무 방식이 바뀌면서 충원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10∼15%의 여유 인력이 있어야 훈련과 교육 등의 일정까지 고려하며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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