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사고로 잃은 지 벌써 8년 지나
정부 ‘히어로즈 패밀리’ 프로그램 도움
재발방지 대책 하루빨리 마련해야”
“아이가 크니까 아빠의 빈자리가 조금씩 느껴집니다.”
2016년 강원 태백지역 강풍 피해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허승민 소방위의 아내 박현숙씨가 7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 소방위가 세상을 떠났을 때 딸이 태어난 지 100일이 조금 넘었을 무렵이다. 박씨는 “다른 친구들이 아빠랑 캠핑을 가거나 제가 못 타는 놀이기구를 타러 갈 때면 남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며 “아이가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조언해줄 수 있는 아빠가 없어서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허 소방위는 2016년 5월 태풍급 강풍으로 피해를 본 현장을 복구하다 연립주택에서 추락한 지붕 구조물에 머리 등을 다쳐 치료받던 중 숨졌다. 당시 구급대원이었던 허 소방위가 자신의 업무가 아닌 위험물 제거하는 일에 투입됐다 숨진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고로부터 8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박씨는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아이를 키워내야 했다. 그는 “처음에는 홀로 육아를 하는 것만으로 힘들었고 학교에 보내고 나서부터는 더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추모식도 어느 순간부터 형식적이라고 느끼기도 했다.
다만 박씨는 “최근 들어 정부나 기관에서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작년 9월에 소방청에서 시어머니를 제주도 여행을 보내드렸는데 태백소방서에서 어머니를 태백에서 김포공항까지 모시고 가서 너무 감동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딸과 함께 보훈부에서 전몰·순직군경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히어로즈 패밀리’에도 참여 중이다. 박씨는 “최근 대통령실 행사를 갔는데 ‘아이들은 나라에서 키워야 한다’, ‘아빠의 나라에서 키워야 한다’는 대통령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며 “아빠 없이도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유족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 대한 의지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얼마 전 제주도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임성철 소방장 소식을 들으면서 너무 화가 났다”며 “남편처럼 구급대원인데 업무가 아닌 화재진화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인데 정말 바뀐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에겐 이런 뉴스를 보면 남 일 같지 않다. 소방관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