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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세계의 성장 동력, 글로벌 사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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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7 23:04:14 수정 : 2023-12-07 23: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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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브라질이 이끄는 개도국 그룹
세계인구 70%… 생산기지 부상
美·中 대립 속 3세력으로 영향력
韓, 전략적파트너로 협력 필수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1.4%, 2024년 성장률을 각각 2.2%, 2.3%로 전망하였다. 2023년과 2024년에 미국(2.4%/1.5%), 유럽연합(EU·0.6%/0.9%), 영국(0.5%/0.7%), 일본(1.7%/1.0%) 등 주요 선진국 경제의 성적은 저조하나, 세계 경제는 동 기간 2.9%, 2.7% 성장이 예상된다. 실상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힘은 글로벌 사우스 경제에서 나오고 있는데, 대표 격인 인도는 2023년 6.3%, 브라질도 3.2%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년에 5%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과 함께 이들은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범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리적으로 대부분 남반구에 위치하고, 인도, 브라질을 비롯하여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대체로 소득 수준이 낮고 개발 여력이 제한된 국가군을 지칭한다. 하지만 이미 세계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이들은 새로운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1980년대 70%까지 차지했던 주요 7개국(G7) 경제의 비중이 2023년 기준 40%로 낮아진 반면, 그 공백을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빠른 속도로 메우고 있다. 성장 정체기에 도달하지 않은 이 국가들은 상당 기간 견실한 경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이후 글로벌 사우스의 경제성장률은 전 세계 평균보다 1∼3%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그러자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리더를 자임하는 인도는 2023년 1월과 11월 2차례에 걸쳐 글로벌 사우스 정상회의인 ‘글로벌 사우스 정상의 목소리(Voice of Global South)’를 개최하였다. 서방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G7, 주요 20개국(G20)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가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는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나아가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에서도 글로벌 사우스 의제가 논의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는 글로벌 거버넌스, 국제기구의 역할, 외교 규범 및 원칙, 무역 및 금융의 방식 등 폭넓은 영역에서 미·중 간의 경쟁이 확대되고 심화하는 가운데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아직 특정한 형체가 있는 단일한 집단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뿐만 아니라 지향하는 가치, 지정학적 인식, 정치 체제, 종교, 민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공통점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예를 들어 중국은 브릭스가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한다고 주장하나 이 중에서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만이 남반구 회원국이고 구성원 간의 갈등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들의 관심이나 우선순위 역시 다르다.

상술한 어떤 협의체도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민주주의나 권위주의 중 어느 편에 서 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복잡한 세계를 단순한 블록으로 자의적으로 나누면 양극화 심화를 부추기고 오히려 세계 경제 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편견과 부정확성을 내포하고 있는 용어의 의도적 오용도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 성장 동력 확충 차원에서라도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책임 있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기여외교’를 하겠다고 표방했다. 기여외교 차원에서 글로벌 사우스를 단순히 개발원조(ODA) 공여의 대상이기보다는 전략적 파트너 국가로서 체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원조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첫 모범국가로서 한국의 글로벌 사우스 외교는 다른 국가들과는 결이 달라야 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가 기여외교의 대상을 넘어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가 문제를 제기하는 인류 보편의 가치와 국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동참할 때 글로벌 중추국가 외교의 실현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최윤정 세종연구소 인도태평양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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