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5만명 줄어 35만 안팎 예상
2030학년도 20만명 붕괴 우려
비수도권發 연쇄폐교 닥칠 수도
한은 보고서 고용·주거 불안 경고
“개선 땐 합계 출산 0.7→0.85명”
NYT “유럽 흑사병 때보다 빨라”
교육당국이 이달 20일까지 2024학년도 초등학교 취학통지서를 송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초교 1학년생이 사상 처음 3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이후 가속화한 저출생·고령화 여파로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학령인구 절벽’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0.78명(2022년 기준)의 초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려면 청년층의 고용·주거·양육 불안과 경쟁 압력을 완화하려는 정책 마련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각 기초자치단체 행정복지센터는 지난 1일부터 모든 초등학교 입학 예정 아동 보호자에게 등기우편이나 인편으로 취학통지서를 송부한다. 정부 온라인 민원서류 발급 사이트인 ‘정부24’를 통해 온라인 취학통지서도 발급하고 있는데, 당국은 오는 20일까지 모든 초교 입학 대상 아동들에게 취학통지서 발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사상 처음 4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으로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17년 국내 출생 아동 수가 35만7771명에 불과한 데다 대체로 취학통보 대상 아동(이주배경 학생 등 포함)보다 실제 입학생 수가 3000∼1만명 정도 적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초교 입학생은 40만1752명이다. 이는 2016년 태어난 아동(40만6243명)이나 취학대상 아동(41만5552명)보다 적은 것이다. 2022년에도 초교 입학생은 43만1222명이었는데, 이는 2015년 출생아(43만8420명)나 취학대상 아동(45만1348명)보다 적은 규모다.
‘학령인구 절벽’은 앞으로가 더 심각한 문제다. 2020년 국내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으로 20만명대로 내려앉았으며, 지난해엔 24만9186명으로 25만명대로 무너졌다.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2030학년도엔 초교 취학생 수가 20만명이 채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빠른 속도의 학생 수 감소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 등으로 도서·산간 지역 학생의 수업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비수도권 대학들의 연쇄 폐교를 부추길 공산이 있다.
이 같은 초저출생 현상의 주요 원인이 청년층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관련 불안이기 때문에 저출생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양극화 해소 등 사회구조 개혁과 함께 실질적 일·가정 양립을 위한 단기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나왔다.
황인도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등은 이날 발간한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영향·대책’ 보고서에서 초저출산 현상이 청년들이 느끼는 높은 경쟁 압력 및 불안과 관련이 깊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이 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향한 취업 경쟁이 심화한 것으로 평가되며 주택가격도 급등해 전반적으로 청년의 경쟁 압력이 높아지고, 고용 및 주거 여건이 과거보다 악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저출산·고령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성장과 분배 모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없는 경우 2050년대(2050∼2059년) 우리나라의 평균 추세성장률이 ‘0% 이하’를 기록할 가능성은 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출산 여건이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될 경우 합계출산율을 최대 0.845명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족 관련 정부 지출과 육아휴직 실제 이용 기간, 청년층 고용률, 도시인구집중도, 혼외출산비중, 실질주택가격지수 등 6개 지표가 개선됐을 때 추산치다.
청년층의 경쟁 압력과 불안을 낮추기 위한 방향으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질 측면의 일자리 양극화) 완화, 주택가격 하향 안정 등의 ‘구조 정책’과 정부의 가족 지원 예산 대폭 확대, 실질적 일·가정 양립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책 노력을 통해 출산율을 약 0.2명만큼 올릴 경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40년대 평균 0.1%포인트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 다우서트 칼럼니스트는 2일(현지시간)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NYT 칼럼에서 한국의 올해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이라고 전한 뒤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며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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