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성장 중심 정책 운용 필요
경기조절 아닌 적극 정책 펼쳐
제2의 ‘한강의 기적’ 창출해야
근래 어느 외국 언론에서 한국 경제 피크(peak)론을 제기하였다. 우리 경제는 지금이 가장 부강하고 앞으로는 쇠퇴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를 뒷받침하는 논거들이 적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 이후 정체 내지 감소하고 있다. 경제 규모도 2018년 세계 9위까지 올랐다가 한 단계 하락하였다. 게다가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3%대 중반에서 근래에는 2%대 초반으로 낮아졌고 2050년대에는 성장이 멈추는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조차 이 주장에 대한 반론은 제기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용인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당연시하는 풍조에 더하여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수렴하면 만족하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인 2%대로 높아진다고 정책 당국에서는 안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은 특별히 강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경향은 잠재성장률 기준으로 경기를 조절하는 거시경제정책 체계에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 피크론을 이대로 수용할 것인가?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겠는가?
이 상황에서 자본주의의 속성을 다시 짚어 보자. 자본주의는 경쟁 시장 기업 금융 등의 원리에 따라 운용된다. 그런데 경제 성장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경제 성장이 정체되면 기업들은 이윤을 내지 못하고 외부 투자가 끊겨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다. 자본주의 경제는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되어 경제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 주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함으로써 생산성이 향상되기 마련인데 만일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실업이 양산되어 사회 불안이 초래되기에 십상이다. 요컨대 성장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달리다가 멈춘 자전거처럼 더 이상 지탱되기 어렵다. 이러한 속성을 경제 성장의 필연성(growth imperatives)이라고 한다. 이 논리를 일반화하면, 자본주의 경제는 구조적 문제 등으로 인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부작용이 나타나고 결국 쇠퇴하게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이미 여러 형태의 저성장 징후를 경험하였다. 부채 누적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는 많은 경제 주체들이 성장률 하락에 대응하여 외부 자금에 의지하여 경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경쟁 격화로 교육열이 더욱 뜨거워지고 교육 연한이 길어지는 것 역시 저성장 징후이다. 결혼 포기, 출산율 저하 등은 물론이거니와 사회 갈등 심화도 그 징후의 일종이다. 저성장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인구 감소, 부채 증가 등이 성장을 제약하는 악순환마저 형성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그만큼 경제 성장의 필연성이 크다고 하겠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이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함으로써 한국 경제 피크론의 빌미가 만들어지고 말았다. 2010년대 3% 정도 성장하고도 여러 부작용이 파생되었는데 하물며 2%의 경제성장률에 만족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국 경제 피크론’은 결코 용납될 게 아니고 기필코 넘어서야 할 과제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잠재성장률 중심의 경제정책 체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 대신 적정 경제성장률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할 것을 제안한다. 적정성장률은 번듯한 일자리를 충분히 창출함과 동시에 정치 사회적 여망을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적정성장률만큼 성장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하겠다. 경기조절정책과는 차원이 다른, 신산업 기초과학 등 전략 부문을 육성코자 하는 적극적 산업정책이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한강의 기적’ 한 번으로 한국 경제의 신화가 끝나 가고 있는 순간이다.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기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틀을 과감히 바꿀 것을 제안한다. 아무쪼록 새로운 성공 신화가 재차 창조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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