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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호소년 3명 중 1명 정신질환 겪는데…소년원 70%가 정신과 의무관 '결원'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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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0 17:19:52 수정 : 2023-12-11 17: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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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자 외래진료 접근성도 낮아
‘의료 전문 소년원’ 설립 목소리

‘온라인 그루밍’. 온라인상에서 어린 여학생에게 접근해 성착취까지 끌고 가는 악마의 손길은 지난해 초등학생인 A양에게도 찾아왔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A양은 익명의 오픈채팅방을 통해 성을 사고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행히 A양의 아버지가 이를 알며 성착취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른 사춘기를 맞이한 A양의 가출과 방황은 계속됐다. 결국 A양의 아버지는 법원에 통고를 신청했다. 통고제도는 보호자가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건을 법원에 접수해 초기에 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도다.

 

A양은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송치됐다. 소년원 내에서 A양은 규칙적인 생활과 약을 먹으며 다시 사회로 나왔지만, 지속적인 치료는 쉽지 않았다. A양의 부모는 “집이 서울 외곽이라 법무부가 지정해준 병원이 있는 광진구까지 가려면 너무 멀어 제때 맞춰 못 갔다”며 “학교에서 소년원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면 꺼려해서 아이가 적응하길 어려워했다”고 토로했다. 결국 A양은 올해 더 강한 9호 처분을 받고 다시 소년원에 들어갔다.

 

소년원 보호소년의 3명 중 1명이 정신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법무부는 소년원 내 정신과 의사를 1명 이상 두도록 했지만, 실제 소년원 내 치료 자원과 퇴원 후 의료 연계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보호소년 대상 미진한 의료지원과 후속관리가 재범 위험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 전국 소년원 10곳 중 대전, 안양, 대구 소년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7곳은 정신과 의무관이 결원 상태로 나타났다. 이 중 의무관을 두고 있는 세 곳 중 한 곳인 대구 소년원은 주 15시간만 근무하는 시간선택제였다. 아울러 법무부는 의료재활 소년원 퇴원자가 경제적인 어려움 등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국립정신병원에서 무료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있으나, 국립정신병원은 전국에 광진(서울)·청주(충북)·공주(충남)·부곡(경남)·나주(전남) 5곳으로 접근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20일 법무부는 정신과 의사가 채용되지 않은 소년원은 채용 공고 등을 진행 중이며, 환자 관리에 공백이 없도록 정신과 의사가 내원하거나 외부 병원을 방문해 진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년원 현장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처방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소년원 ‘회복적 대화 모임’을 진행한 현지현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보호소년들이 기존에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고, 밀집된 공간에서 자유가 제한되며 정신질환이 생기기도 한다”며 “정신과 의사 방문하는 날을 기다리다 적기에 약을 처방받지 못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울소년원장을 역임한 한영선 경기대 교수(경찰행정학) 역시 “소년원 내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시스템은 매우 부족하다”며 “현재 의학적 치료와 요양을 적절히 제공하는 곳은 대전소년원 한 곳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년원을 출원하고도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특히 알코올, 흡연 등 물질 중독 문제는 약을 꾸준히 먹는 후속관리가 중요하지만 바깥에 나간 아이들이 통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소년원에 재입소한 A양도 반복되는 소년원행이 결코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 A양은 지난달 자신의 위탁보호위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 속 A양은 “또다시 제가 이런 곳에 들어올 것 같아 두려워요, 제 자신한테 확신이 가지 않거든요”라며 “나가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너무 복잡해요.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

 

A양의 위탁보호위원을 맡은 윤용범 청소년행복재단 사무총장은 “보호소년 중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경험해 작은 자극에도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 전문 소년원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은 “정신질환을 앓는 소년범의 경우 재범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소년범에 대한 체계적인 치료 지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법무부는 소년원 의료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lapiz@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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