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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식 먹고 뮤지컬 보고… 교육예산 282억 ‘줄줄’ [줄줄 샌 교육 교부금]

입력 : 2023-06-06 18:00:00 수정 : 2023-06-06 21:10:02
조병욱·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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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시·도 교육청 운영 실태

文정부 추진 ‘한국판 뉴딜사업’ 예산
위법·부실 집행사례 총 33억원 적발
남북교육교류기금 사실상 유명무실

면세 규정 몰라 시설공사비 과다지출
학교시설 공사예산 처리 부실투성이
교육부 “부당집행 예산 하반기 환수”

정부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지원하는 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수백억원이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으로 심야에 치킨을 시켜 먹거나 교직원의 뮤지컬 관람,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에 사용하기도 했다. 올해 75조원을 넘어선 교부금에 대해 투명한 사용과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무조정실은 6일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8개월간 시·도 교육청을 대상으로 ‘지방교육재정’ 운영 실태를 교육부와 합동 점검한 결과 282억원(총 97건)이 위법·부적정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근 민간단체에 지급된 정부 국고보조금 중 300억원 이상이 부정 사용됐다는 조사에 이어 정부 예산 낭비 사례가 연이어 드러난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 사업비의 부적정 편성과 집행 사례가 많았다. 학교 시설 개선 등에 써야 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전환사업’ 운영비 예산의 경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해 9월 교직원 뮤지컬 관람비로 700만원을 사용했다. 충남의 한 초등학교도 지난해 400만원을 뮤지컬 관람에 썼다. 인천의 한 고교에서는 밤 11시19분에 치킨을 시켜 먹는 데 21만원을 썼고, 경기의 한 고교에서는 교직원 바리스타 자격 취득 연수를 위해 10회에 걸쳐 220만원을 사용해 덜미를 잡혔다. 경남의 한 고교에서는 음파전동칫솔 구매비로 290만원을 썼다. 원래 이 예산은 5년간 20조3000억원을 들여 노후 학교 건물 등을 바꾸는 사업이다.

문재인정부가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추진했다. 이번 감사에서 교육시설환경개선 사업 부문에서 총 45건, 33억원의 부당 집행이 적발됐다.

 

◆북한에 간 컨테이너 오리무중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과 관련한 부정·부적절 집행 사례도 많았다. 주로 인도적 대북 지원 명목으로 북한에 물품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계약 법령 위반이나 허위 정산 사례 등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는 물품 반출을 위해 한 교육청이 8000만원을 주고 구매한 컨테이너가 구매했음에도 장기 대여한 것으로 허위 정산 처리된 경우도 있다. 해당 컨테이너는 현재 북한에서 회수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추진단은 컨테이너를 돌려받지 못해 구매한 것을 서류상 장기대여로 처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교육청은 2021년 북한에 14억원, 지난해는 3억원의 교육자재와 의료물자 등 인도적 지원 물품을 반출하는 용역계약 2건을 체결하면서 특정 단체와 반복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도 지적됐다. 또 다른 시·도 교육청도 3억원 상당의 영양 물자를 반출하면서 북한 협력 단체의 작성자 실명이 없는 공급확인서만 제출받아 북한에 실제 물건이 전달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한 채 사업을 종료했다고 추진단은 지적했다.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의 경우 교육감 재량에 따라 집행률도 천차만별이다. 전국 17개 교육청 가운데 지난해 이 예산을 집행한 곳은 3곳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집행률은 13.3∼28.9%로 제각각이었다. 당초 이 예산은 남북한이 서로 교육과 관련한 교류를 주고받는 사업이었지만 현재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인해 대부분 일방적 물품 지원에 그쳤다.

◆시설공사 예산 집행 부실 정산

 

교육청들이 교직원 관사 건설용역 공사대금을 지급하면서 부가세 면세 관련 규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예산을 과다 집행한 사례도 있었다. 전국 8개 교육청은 이 같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49개 공사에서 부가세 약 30억원을 초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사 과정에서 예산 비중이 큰 창호 공사비를 과다 계상해 예산을 낭비한 경우도 많았다. 적발 사례를 보면 창호공사 예정가격 산정을 위한 유리 물량 산출 시 창호 전체 면적에서 창틀 면적을 공제해야 하는데, 이를 빼지 않고 과다 산출·계상해 창호 전체 면적의 22.5∼31.2%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낭비됐다. 한 교육청 관내 사립학교의 5억원 이상 공사 14개를 표본 점검한 결과, 공사당 평균 1400만원, 총 1억9400만원이 과다 계상됐다.

 

한 교육청에서는 건설사업관리용역 발주 적정성 검토를 거치지 않고 건설사업관리용역을 발주해 용역비 43억원을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초등학교 교실 신축 공사 과정에서는 조립식 가설 울타리를 당초 단가가 높은 철판 펜스에서 저렴한 플라스틱 방음벽으로 변경·설치하고도 설계변경 및 감액 조치를 하지 않아 예산 1400만원을 더 쓰기도 했다.

 

공사비를 집행한 뒤 사후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교육청에서는 관내 100개 학교의 상담실 환경개선 공사비 지출과 관련해 사진이나 설치명세서 등 증빙자료를 확인하지 않거나 결과보고 절차 없이 사업을 완료했다.

◆교부금 관리 실태 강화 절실

 

정부의 교육재정교부금은 2013년 41조1000억원에서 올해 75조7000억원으로 매년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 가운데 지출되지 않고 교육청별로 설치된 각종 기금에 적립된 금액도 지난해 말 기준 2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천문학적 규모 예산의 관리 실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진단은 “이번 점검 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제대 개선 방안을 마련해 교육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제고되도록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설공사 계약의 적정성 등을 사전 심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비·물품계약 관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증빙자료 확인 시에만 정산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의 교부금 위법·부당 집행 사례가 근절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하반기 중 부당집행 예산을 환수 조치하고 각 교육청에 관련자 문책을 요구하겠다”며 “분기별로 교부금 집행 실태를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병욱·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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