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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 '불법 영업' 혐의 무죄 확정… 정치논리에 막힌 혁신사업 ‘명예회복’

입력 : 2023-06-02 06:00:00 수정 : 2023-06-02 09: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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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도 ‘불법콜택시’ 혐의 무죄
공유경제·혁신 상징 여겨지다
위법 논란에 결국 서비스 중단
‘타다금지법’ 시행에 재기 험로
이재웅 “혁신 막는 일 없어져야”

승객·기사 연결 서비스로 흥행 돌풍
택시업계, 이재웅 대표 등 고발 나서
총선 표 의식한 정치권 ‘금지법’ 시행

법률 ‘로톡’·성형 정보 ‘강남언니’ 등
플랫폼 사업 진입 장벽 여전히 높아
벤처·스타트업, 정부·국회 관심 촉구

‘경쟁사’ 리프트, 加서도 사업 활발
운전자 등록 규정, 택시 기준과 비슷

‘공유경제’와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다 돌연 불거진 위법 논란으로 서비스를 중단한 타다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최종 확정받았다. 4년간의 긴 법정 다툼 끝에 불법 혐의를 벗었지만, 국회가 그사이 도입한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 재개는 이미 어려워졌다. 국민 전체 편익보다 특정 집단 표심을 먼저 생각한 정치권의 행태가 국내 신사업 시장이 쏘아 올린 혁신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타다 사건을 계기로 국내 신사업 시장이 직면한 ‘사법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산업계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오석준)는 1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쏘카의 이재웅 전 대표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전 대표, 이들 법인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타다의 손을 들어줬다. 약관 및 거래구조, 유상 여객운송과 차이점 등을 따져봤을 때 불법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타다가 외관상 카카오택시 등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을 영위해왔다고 볼 수 없다”며 “자동차 대여업체가 기사와 함께 자동차를 대여하는 것은 적법한 영업 형태로 정착돼 있었는데, 타다는 이런 서비스에 통신기술을 접목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또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수차례 협의했고, 합법적 운영을 위해 서비스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타다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지만, 과거 방식의 영업은 재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타다가 당초 11인승 승합차를 사용한 것은 옛 여객자동차법의 예외 조항 때문이었다. 여객자동차법은 렌터카 사업자로부터 빌린 차량에 대한 운전자 알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행령을 통해 외국인·장애인을 비롯해 11인승 이상 승합차 등을 빌린 사람에게는 이를 허용했다.

2020년 3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76회국회(임시회) 제9차 본회의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됐다. 뉴시스

총선을 한 달 앞둔 2020년 3월, 정치권은 택시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타다 서비스를 사실상 금지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 대표발의)을 통과시켰다. 개정법은 기존 예외 허용범위를 관광 목적이거나 대여시간 6시간 이상,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대폭 축소했다. 박 전 대표와 업계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쏘카 측은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헌법재판소는 2021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타다는 개정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타다 라이트’ 등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은 죄가 없음이 최종 확인됐지만 안타깝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혁신을 만들어내는 기업가를 저주하고 기소하고 법을 바꿔 혁신을 막고 기득권의 이익을 지켜내는 일은 이번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논리에 막힌 혁신사업 ‘명예회복’… “제2 ‘타다’ 없어야”

 

대법원이 1일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의 무죄를 선고하면서 3년7개월간 끌어온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법원은 타다의 손을 들어주면서 명예회복에는 성공했지만, 타다가 이미 해당 사업을 접은 지 오래여서 사업적인 측면에서 실익은 전혀 없는 상황이다.

 

1일 오후 타다 로고가 붙은 자동차가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혁신 주저앉힌 정치논리

 

정보통신(IT)과 스타트업 등 관련 업계에서는 타다의 관련 서비스 중단과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주저앉힌 동력은 국민 편익이나 사업 효율성 문제가 아닌 정치논리였다고 주장한다. 신사업이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좌절되기 일쑤인 데다 타다 사례처럼 기존 제도권을 피한 서비스를 내놓더라도 대관, 입법 지원업무 등에 공을 들여야 하는 ‘사법 리스크’에 둘러싸인 한국 산업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2018년 10월 당시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자회사였던 VCNC는 운전기사가 딸린 11인승 승합차를 고객에게 빌려주는 ‘타다’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기사 소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한 것이다.

 

택시기사가 승객을 정해 태우는 일반적인 모바일 기반 플랫폼과 달리 회사가 배차를 정해 직접 승객과 기사를 연결하는 방식이 화제가 됐다. 일반 택시보다 비용이 30%가량 비쌌음에도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쾌적한 탑승환경 등 차별화된 장점 덕이었다.

타다의 흥행 소식에 택시업계가 반발했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 등이 당시 이재웅 쏘카 대표(사진)와 쏘카 자회사로 타다를 출시한 박재욱 VCNC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타다가 운수사업에 필요한 국토교통부 장관의 면허를 받지 않은 ‘불법 콜택시’라는 이유였다.

 

이듬해 3월 정치권은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세운 정부·여당이 적극 추진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도 초반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다가 결국 한 달여 남은 총선을 의식해 타다 금지법에 당론으로 찬성했다. 당시 택시기사는 25만여명으로, 가족을 포함하면 총선에서 100만표의 힘을 가진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타다 금지법과 이를 바탕으로 개정된 여객운수법 시행령 등에 따라서 타다와 같이 택시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매출액의 일정 규모를 시장안정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증차를 논의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여전히 신규 사업의 문턱이 높은 편이다.

 

◆산업계 곳곳서 제2, 3의 타다 사태

 

기존 산업과 신산업 간 갈등은 타다 사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변호사협회와 로앤컴퍼니 간 갈등이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수년간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헌법재판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각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로앤컴퍼니의 손을 들어줬지만 경영이 악화한 로앤컴퍼니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로앤컴퍼니는 이날 대법원 판결에 관해 “부당하게 혁신을 막은 것이 얼마나 뼈 아픈 결과를 내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성형정보 플랫폼인 강남언니를 운영하는 힐링페이퍼와 대한의사협회 간 갈등, 부동산 중개서비스 플랫폼 직방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간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두고 대한약사회와 충돌한 플랫폼 사업자들 역시 갈등의 고리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 단체들은 이날 타다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혁신적인 서비스가 불합리한 규제와 경직된 법 해석에 가로막혀 성장동력을 잃게 된 것에 깊은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모빌리티, 리걸 테크(법률 관련 기술), 원격의료 등 신산업 분야 혁신 갈등에 대해 이번 판결을 교훈 삼아야 할 것”이라며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스타트업연구모임 유니콘팜도 “지금도 의료, 법률, 세무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기존 사업자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제2의 타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美, 2009년 ‘우버’ 등장 후 진통 컸지만… 50개 모든 주 합법… 71개국 영업 확장

 

선진국에서도 타다와 같은 혁신·공유경제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대립이 있었지만 해법은 한국과 달랐다.

 

1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에서 우버·리프트 등 차량 공유 서비스는 주별로 사업 분류나 운전자의 법적 지위가 약간 다를 뿐 50개 주 전체에서 합법이다. 우버는 2009년 미국을 시작으로 71개 국가에서 영업 중이고, 리프트는 2012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우버의 미국 도입은 순조롭지 않았다. 특히 우버가 ‘우리는 기술 기업일 뿐 운송업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승인 없이 유사 택시사업을 진행해 많은 주 정부와 법적 갈등을 빚었다. 펜실베이니아주 공공시설위원회(PUC)는 2014년 불법 영업을 이유로 우버에 벌금 1140만달러, 리프트에 25만달러를 부과했다.

 

순탄치 않은 시작에도 불구하고 PUC는 차량 공유 서비스의 사회적 필요성을 인정하고 2015년 1월 두 회사에게 임시 사업허가를 줬다. 이어 2016년 10월에는 3개 차량 공유 서비스에 영구 사업허가를 내줬고, 이들이 ‘운송 네트워크 회사(TNC)’라는 새로운 분류 아래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한국 국회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타다 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하면서 혁신 창업의 싹을 뭉개버린 것과 다른 행보다.

 

당시 펜실베이니아주 의회서 해당 법안을 낸 카메라 바르톨로타 상원의원은 “우리 주에는 대중교통이 없는 시골 지역이 많아 사람들이 자유를 제한받고 있다”며 “(TNC는) 매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제안 이유를 적었다. 주민 편의가 법안의 최우선 고려 사유였다는 얘기다.

 

이후 미국에서 다른 주 정부들도 차량 공유 운전자에 대한 경력, 전과, 보험 등에 대한 규제를 택시 운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마련해 제도를 보강했다. 우버 등도 이에 맞춰 운전 경력 충족 요건과 성폭력·약물 전과 제한 조건 등을 만들었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한 대신 과도기 동안 택시업계의 손실을 보상하는 기금을 마련했다. 이 주는 2016년부터 공유 차량 이용객에게 운행 요금 외 1.1호주달러(약 950원)를 추가로 내게 해 ‘산업적응기금’을 조성했다. 지난해 9월 기준 택시 면허 소유자에게 1억4500만달러를 나눠 줬고, 징수 기간을 2029년 6월까지로 늘려 추가로 5억달러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종민·박세준·조병욱·이지민·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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