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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사고 물건은 물건”… 사라지는 노재팬

, 이슈팀

입력 : 2023-05-24 17:00:00 수정 : 2023-05-24 19: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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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역사고, 물건은 물건이죠.”

 

30대 대기업 회사원인 김인호씨는 올해 여름 여자친구와 일본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는 노재팬 운동에 동참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슴 아픈 역사는 역사로 기억하면 되고 내가 좋아하는 일본 문화를 즐기는 것은 내 자유”라고 말했다. 특별히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여자친구와 일본의 온천문화를 즐길 계획을 오래부터 세워왔다”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내가 즐길 자유를 침해받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면세점 모습. 인천공항=뉴시스

김씨 뿐만이 아니다. 2019년부터 일본의 무역보복조치로 촉발된 노재팬(일본 상품 물매) 운동은 최근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상에서도 빠르게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문화에 대해 선호도가 높은 20대와 30대를 중심으로 일본 물건 구입과 일본 여행 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노재팬 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8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SPA 브랜드 1위 탑텐보다 앞선 성적으로 다시 국내 SPA 1위 탈환했다. 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의 매출액은 노재팬 운동당시 17%p나 감소했고 카드 이용률이 직전 주 대비 26.2% 감소할 정도로 큰 반항이 있었다.

 

뿐만아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급격히 늘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여행심리에선 ‘노 재팬’이 사라지고 ‘노 차이나’가 등장했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주례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에 따르면 일본 여행 관심도는 2019년 1분기 대비 30% 상승한 반면 중국은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진 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 2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56만명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일본 여행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국내의 2030세대다. JNTO에 따르면 2012~2021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중 2030의 비율은 45.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그렇다면 2030세대는 왜 노재팬에서 벗어나 일본을 향하게 됐을가.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J팝과 애니메이션·게임 등에 친밀한 2030세대의 문화적 교감이 이유로 떠오른다. 세대라는  한국리서치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20대 이하와 30대 36.4%가 일본에 호감을 갖는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이하만 보면 42.4%가 일본에 호감을 갖고 있다. 전 연령대의 호감도 34.9%보다 월등히 높다. 2021년 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는 20대의 29.5%가 일본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실제 국내에서 일본 문화는 어느때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 상륙한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누적관객수 466만명을 기록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전에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관객수 545만2755명과 누적매출액 559억4482만을 넘겼다. 사실상 1분기 국내 영화관을 일본 애니메이션이 점령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른바 노재팬운동이라 불리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2019년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 및 기업의 자산 압류 및 매각을 결정하자, 그해 7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통제 조처를 하며 시작됐다. 국민들이 스스로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2020년을 지나면서 노재팬운동은 약화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반중, 혐중 여론이 매우 강해져 그 반작용으로 상대적으로 반일이 묻힌 영향 등으로 보인다. 운동이 시작된 지 긴 시간이 흐른 데다가, 윤석열 정부가 일본과 친화 움직임을 보인 점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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