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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어쩌란 말이냐” 지하철 혼잡 시 ‘무정차’ 대책에 직장인 반발

입력 : 2023-03-30 15:49:05 수정 : 2023-03-31 11: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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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옥철’ 대책 발표…혼잡도 높은 출 퇴근 때 ‘무정차’ 검토
직장인들 “종점서 종점까지 못 내릴 수도” “탁상행정” 비판
서울 지하철 신도림역. 연합뉴스

 

정부가 지하철 밀집도가 심각하면 무정차 통과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각에선 출·퇴근길 승차난이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인파 집중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철도안전관리체계 기술기준’을 개정, 역사·열차 혼잡도를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정부는 그간 김포골드라인 등 혼잡도가 높은 노선의 운행 간격을 단축하고 정차 역사를 조정해왔으나 하루 평균 이용객이 매년 증가하면서 혼잡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서울 지하철 4·7·9호선은 가장 붐비는 출근 시간대(오전 8시~8시30분) 평균 혼잡도가 150%를 넘어선다. 승하차와 환승이 많은 신도림, 잠실, 고속터미널, 강남 등 지하철역 혼잡도도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역사와 열차 혼잡도에 대한 정량적 측정·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혼잡도가 ‘혼잡’에서 ‘심각’ 단계일 경우 철도 운영기관이 무정차 통과 여부를 필수적으로 검토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소관 역사의 혼잡 상황을 안내하고, 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권고하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게 된다.

 

혼잡시간대 열차도 증회 및 증차할 방침이다. 올해 2분기 안으로 2·3·5호선은 예비열차를 투입해 운행횟수를 늘리고, 9호선은 내년 중으로 열차 8대를 증차한다는 계획이다. 혼잡도가 가장 높은 김포골드라인은 내년 9월까지 열차 5대를 추가 편성한다.

지난 1월2일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서울교통공사 간 대치로 지하철 무정차 통과가 잇따랐다. 연합뉴스

 

하지만 직장인을 중심으로 대책 중에 포함된 ‘무정차 통과’가 현실성이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동인구가 많고 회사가 몰려있는 구간 중 한 곳에서 무정차 통과를 하게 되면 목적지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생기게 되는 것 아니냔 우려다.

 

서울 여의도역으로 출근한다는 김예진씨는 “평소 9호선 출근길에는 어느 역에서든 사람이 많이 탄다. 정말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타고 가 언제나 ‘심각’ 단계”라며 “까딱하면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게 생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타는 사람만 통제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내리는 사람들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각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하철 승객의 안전을 위해 마련된 대책이지만, 특정 역을 건너뛰고 다음 역에 이용객을 내려주면 해당 역사의 혼잡도가 가중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 사당역 인근에 거주한다는 직장인 강모씨는 “사당역을 무정차 통과하게 되면 사당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순환되지 않고 계속 모이는 것 아니냐”며 “또 사당역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다음 역에서라도 내리려할텐데 사당역에서 타지 못해 다른 교통수단으로 그 역으로 간 사람, 그 역사에서 기다리는 사람, 사당역에서 내리지 못해 해당 역에서 내리는 사람 등이 한데 모여 혼잡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안모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로 두 번 정도 무정차 통과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시위가 미리 예고돼 있어 일찍 나오는 등 어느 정도 대비가 가능했다”며 “그런데 출근길 혼잡은 ‘일상’ 아닌가. 재난 문자를 발송해준다 해도 무정차 통과가 일상이 되면 그냥 지하철을 이용하지 말란 소리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회·증차를 하더라도 출퇴근길에 주로 몰리는 역사가 정해져 있는 만큼 열차 혼잡도는 줄어도 역사 혼잡도는 그대로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직장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탈 때는 마음대로 탈 수 있지만 내릴 때는 마음대로 못 내리는 정책”, “못 타는 사람은 계속 못 타고 못 내리는 사람은 계속 못 내리게 생겼다”, “내리고 태워가야 밀집도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 탁상행정이다” 등 비판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국토부 측은 혼잡도가 심하다고 무조건 무정차를 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무작정 무정차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없었던 기준을 만들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열차 승무원과 관제 등이 혼잡도가 심각하고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무정차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도 큰 화재가 발생하거나 집회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가 있을 때 무정차를 하기도 하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오는 6월까지는 검토 방안을 확정해 기술기준을 개정할 예정이다. 시행은 기술기준 개정안이 고시된 이후 유예기간을 두고 이뤄진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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