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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도 보수도 외면했던 천안함… 최원일 전 함장 "승조원 시각에서 기록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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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6 18:00:00 수정 : 2023-03-27 07: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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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13주기’ 최원일 前 함장 인터뷰
“잠자다가 피격 주장, 北 어뢰보다 충격
트라우마 이기고 다시 배 타려던 부하
그 말 듣고 울며 전화… 결국 군복 벗어
학교에서도 軍에서도 제대로 가르쳐야
취업 지원 신청하니 단순 일용직 일색
하루 3시간짜리 지하철 안전요원 추천
생존 장병 당당히 살게 진실 규명 목표”

“3월이 지나면 정부도, 정치권도 천안함은 잊어버립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안함이 다음 세대에 의해 올바르게 기억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천안함 피격 13주기인 26일 최원일 326호국보훈연구소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자신을 ‘천안함 함장’이라고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천안함에 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고,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을 지원하고자 사단법인 326호국보훈연구소를 설립했다. 326은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날짜 2010년 3월26일에서 따온 것이다. 연구소 이름처럼 최 소장의 시간도 여전히 13년 전 3월26일 그날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최 소장은 “그동안 정권이 3번이 바뀌었지만 저희들의 삶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진보 정권도, 보수 정권도, 심지어 군에서조차 천안함을 외면하고 패잔병 취급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그는 2008년 소령에서 중령이 됐지만 이후 14년간 진급하지 못하고 한직을 전전하다 2021년 전역하는 날이 되어서야 대령으로 명예진급을 하고 군을 떠났다. 최 소장은 “이명박정부 말, 박근혜정부 초기에 대령 진급(심사)에 들어갔지만 천안함 함장을 진급시켜주면 북한을 자극하거나 여론이 시끄러워질 것을 우려해 진급을 시켜주지 않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진보 진영은 천안함을 외면했고 보수 진영은 천안함을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데 이용하기만 했다. 최 소장은 “지난 (문재인)정부는 천안함을 언급하면 북한 정권이 불편해하고 한반도 평화가 깨진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하고 화환만 보낸 것에 대해서도 최 소장은 “그분들(민주당)에 대한 기대가 없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보수 정권에서도 승조원들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거나 지원해주지 않았다”며 “현 여당도 2년 전 천안함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던 적이 있지만 자기들끼리 임명장만 나눠주고 끝났다”고 비판했다.

 

가시지 않는 아픔 26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천안함 46용사 13주기 추모식이 열려 한 유족이 추모비에 새겨진 고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평택=연합뉴스

천안함이 침몰한 지 13년이 흘렀으나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여전히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 소행임을 부정하려는 일부 음모론자들은 유튜브나 책을 통해 천안함 좌초설 등을 퍼트리며 천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런 유의 비난 가운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군인들이 경계작전에 실패해 침몰했다’는 시각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천안함 피격 전 북한의 공격 징후를 군 당국이 사전에 인지해 상부에 보고했지만 예하 부대에 전파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천안함은 1980년대 만들어져 대잠수함 능력이 없는 함정인 데다 상급 부대로부터 아무런 정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경계작전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정보 분석의 실패”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천안함이 정쟁에 갇힌 사이 생존 장병 58명 중 35명이 군복을 벗었다. 함정에서 근무해야 진급 등에 가점을 받는데 피격 당시 트라우마로 배를 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다시 배를 타려고 시도한 친구도 있었는데, 어느 날 울면서 전화가 왔다”며 “자기 앞에서 ‘천안함이 (승조원들이) 잠을 자다가 경계에 실패했다’고 교육했다더라. ‘북한한테 맞은 어뢰보다 더 심한 충격이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친구는 결국 전역을 했다. 군이 생존자들이 살아 있는 것조차 부끄럽게 만들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전역한 이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천안함에 대한 비난을 견디다 못해 개명한 사람도 2명이나 있고, 심지어 외국으로 떠난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상당수는 전역 후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최 소장은 “트라우마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은 기록으로 인해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는 것 같다”면서 “나도 전역하고 2년 동안 취업을 해보려고 했고,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기도 했는데, 추천해주는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 일용직들이더라”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가 최근 추천받은 일자리는 하루 3시간짜리 지하철 안전요원이었다.

 

26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제13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326호국보훈연구소의 가장 큰 목표는 생존 장병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천안함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는 외부인이 아닌 승조원 시각에서 천안함에 대한 기록물을 만들고 있다. 최 소장은 “사건 이후 정부나 국방부 등에서 나온 백서나, 조사 결과 보고서 등 공식 기록에는 정부 잘못, 수뇌부의 문제 등은 다 빠져 있지 않느냐”며 “실제로 경험했던 사람의 시각에서 기록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생존 장병들의 국가유공자 등록도 도울 계획이다. 등록 절차가 복잡하고 공적에 대한 입증도 국가가 아닌 개인이 직접 해야 하므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사비로 변호사를 선임한 이들도 있는 가운데 일부는 아직 국가유공자 판정을 받지 못해 대기 중이다. 최 소장은 “천안함 희생자와 생존자들에 대한 책임감을 느껴 연구소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하루빨리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게 만드는 날이 와서 연구소 문을 닫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 소장은 천안함 관련 가짜뉴스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도 군도 천안함에 대해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 기재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소장은 “천안함 희생자들은 나라를 지키다 전사한 아버지로, 생존자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석열정부는 천안함 13주기를 맞아 추모와 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열린 데 이어 이날 해군 제2함대사령부는 천안함 46용사 13주기 추모식을 개최했다. 전사자 유족과 생존 장병들은 물론 이종호 해군참모총장,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데이비드 레스퍼런스 미 2사단장, 마크 셰이퍼 주한 미 해군 사령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천안함 생존 장병들에게는 특별히 ‘헌신영예기장’이 수여됐다. 이는 전투 또는 군사작전과 관련한 직무 수행 도중 부상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기장으로 양복이나 군대 정복 가슴에 달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상이기장’이라고 불렸지만 수여 대상을 명확히 하여 기장의 영예성을 높이기 위해 헌신영예기장으로 명칭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이채권 소령과 허순행 원사가 대표로 받았으나 군 당국은 생존 장병 58명 전원에게 기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후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전 참전 장병들에게도 같은 기장이 수여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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