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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에 한 번 일어나는 기적…외로운 생명 살리는 한강경찰대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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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25 20:00:00 수정 : 2023-12-10 08:4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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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경찰대 39명, 41.5㎞ 책임
2022년 변사체 112구 인양하기도

일반적 인명구조·수색작업 임무에
한강 안전유지·변사체 인양 등 수행
타인 생명 구하기 위해서 목숨 걸어
대원들 “두렵지만 사명감으로 견뎌”

소형 순찰정 전복위험 크고 노후화
구조 뒤 응급조치 등 위해 교체 시급
‘계절마다 누수·동파’ 센터시설도 열악
“한강 안전의 첨병되도록 노력할 것”

서울시, 난간 높이 상향 등 구조 변경
CCTV 확충 등 극단 선택 예방 나서

“많이 힘드셨죠? 이제부터 새로 태어나신 겁니다. 마음을 굳건히 먹어야 해요.”

 

지난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강경찰대 망원한강치안센터. 관내 순찰을 마치고 돌아온 김봉석 경위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시민들을 구조할 때 이같이 말한다고 했다. 삶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느꼈을 심리적 고통을 알기에 김 경위는 말 한마디에도 온기를 담으려 노력한다. 의식을 되찾은 후 다시 강으로 뛰어들려는 경우도 있어 구조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도록 하는 것은 필수다.

 

김 경위는 “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해본다. 한강에도 한 번만 오진 않았을 것”이라며 “구조하러 가면 살려달라고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다. 생명을 구했다는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아름다운 물길과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한강이지만, 매년 수많은 시민이 무거운 삶을 내려놓기 위해 이곳으로 향한다.

 

한강경찰대는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져 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고, 생을 달리한 이들의 영면을 돕는다. 지난해 기준 8일에 한 번꼴로 생명을 구해냈으며 100구가 넘는 변사체를 인양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고되고 위험한 일보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낡은 순찰정과 노후한 시설이다.

 

◆39명의 정예멤버 “두렵지만 사명감으로”

 

서울경찰청 소속의 한강경찰대는 망원, 이촌, 뚝섬, 광나루의 4개 치안센터에 자리 잡고 있다. 대장 1명과 행정팀 2명, 수상안전요원 36명 등 39명으로 구성됐다. 행주대교에서 강동대교까지 27개 대교 총 41.5㎞를 관할하는 정예 멤버들이다.

한강경찰대는 119수난구조대와 비교해 일반적인 인명구조와 수색작업을 하는 것은 동일하다. 차이점은 한강 상 안전유지와 범죄예방·단속, 변사체 인양, 대테러업무지원 등이다. 한강경찰대가 지난해 처리한 112 신고 건수는 3647건에 달한다. 44명의 시민을 구조했고, 112구의 변사체를 인양했다.

 

한강경찰대원 대다수는 경찰특공대, 군 특수부대 경력을 갖고 있다. 대원이 되려면 순찰정 조정면허, 잠수 관련 자격증, 인명구조 자격증이 필요하다. 게다가 월 9회(팀별 3회) 잠수훈련, 장비구조훈련, 맨몸구조훈련, 지형지물 숙지 등 혹독한 교육훈련을 거친다. 9일 중 3일은 야근(변형 3교대)해야 하는 힘든 근무를 견디려면 강인한 체력도 필수다.

이들이 최고의 정예요원이라고 해서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이 한강경찰대원들의 숙명이다. 2020년 2월15일 한강에 잠수해 투신자를 수색하다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어 숨진 고(故) 유재국 경위의 순직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중에서 변사체를 직접 인양하는 임무 특성상 트라우마를 겪고 심리상담을 받는 경우도 빈번하다.

 

김 경위는 “한강에 잠수해 들어가면 바로 앞 30㎝밖에 안 보인다. 한번 잠수수색을 시작하면 30~40분 동안 손으로 한강 바닥을 더듬어가며 변사체를 찾아야 한다”며 “뾰족한 철근, 낚싯바늘에 찔리거나 그물에 걸려서 자주 다친다. 겨울철엔 얼음이 있어 더 위험하다”고 전했다. 그는 “저희도 사실 물속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두렵다. 그래도 사명감으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2019년 ‘한강 몸통시신사건’ 당시 변사체를 직접 발견했던 정진열 경위는 “물 속에서 변사체가 부패할 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몸에 배면 거의 한 달은 없어지지 않는데,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변사체를 인양하고 나면 콧구멍 안쪽까지 다 닦아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부패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사체를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인양해야 가족이 알아볼 수라도 있지 않나. 부모, 자식의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낡은 순찰정·컨테이너 건물… 열악한 환경

 

생명을 건 위험한 임무, 트라우마 말고도 한강경찰대를 괴롭히는 적이 내부에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이다. 그중에서도 노후 순찰정 교체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순찰정은 한강경찰대 임무의 핵심이다. 현재 한강경찰대가 보유한 순찰정은 총 7척으로 중형 4척, 소형 3척이다. 7척 모두 내구연한인 7년을 넘겼다. 임시방편으로 엔진만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 특히 소형 순찰정은 선상 공간이 좁고 속도가 느리며 전복위험도 커 실제 임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2021년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와 서울시의회가 올해 순찰정 교체 예산으로 13억원을 편성했지만, 중형 순찰정 2대 가격에 불과하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셈이다. 뚝섬을 제외하곤 전용 계류장이 없는 것도 개선이 필요하다.

 

신창훈 한강경찰대장은 “순찰정의 크기와 속도는 출동 시 인명구조와 바로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소형 순찰정은 인명구조 시 배 위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리를 위한 공간이 없어 중형 순찰정으로 교체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각 센터의 시설 노후화도 심각하다. 망원·뚝섬센터는 약 15년, 이촌·광나루센터는 신축한 지 30년이 지났다. 사무 공간이 협소한 탓에 망원과 이촌, 광나루센터에는 컨테이너를 추가로 설치해 샤워장과 화장실 등으로 활용 중이다. 각 센터 건물은 부상식이라 침수 위험이 없지만, 컨테이너는 여름철 폭우 예보가 있을 때마다 지대가 높은 곳으로 옮겨놓기를 반복해야 한다.

 

김 경위는 “저희와 가까이 있는 119수난구조대 시설과 비교할 때마다 사실 마음이 씁쓸하다”며 “장마철에 누수, 겨울철엔 동파되고 배관도 오래돼서 녹물이 나오는 센터도 있는데, 앞으로 한강이 발전하는 만큼 한강경찰대 시설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어깨 무거워질 한강경찰대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곤돌라와 수상산책로를 만들고, 상암동 하늘공원에 대관람차 서울링, 여의도엔 서울항과 제2세종문화회관 등을 만들겠다고 했다. 한강 수상버스 도입도 검토한다.

 

한강에 다양한 시설과 행사가 개최되면 더 많은 시민이 모인다. 이는 곧 한강의 안전을 책임진 한강경찰대의 역할이 막중해짐을 의미한다. 서울시 자치경찰위와 시의회도 이 점에 공감하고 한강경찰대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김성섭 서울시 자치경찰위 사무국장은 “한강경찰대가 한강 안전의 첨병이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9일 서울 마포구 한강경찰대 망원한강치안센터 앞에서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신창훈 한강경찰대장과 정현성 경사, 김봉석 경위, 정진열 경위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구윤모 기자

한강경찰대도 사명감을 다지는 한편, 시민들의 따뜻한 시선을 부탁했다.

 

신 대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저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민 안전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할 테니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경위는 “저희는 경찰 옷을 입고는 밖에 편의점도 잘 안 가려 한다. 순찰을 하고 있어도 어떤 분들은 왜 놀고 있느냐며 면박을 주기도 한다”며 “변사체를 인양하면 묵념을 하고 소중히 다루지만, 시민들의 시각은 다른 것 같다. 따뜻한 시선으로 저희를 봐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2022년 한강 다리 21곳서 1000회 투신 시도… 4년 새 두 배

 

지난해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 다리 21곳에서 총 1000회의 투신 시도가 발생했다. 4년 전인 2018년(430회)보다 2배가 넘게 늘어난 수치다. 서울시는 올해 다리 난간을 높이고 폐쇄회로(CC)TV를 늘려 극단적 선택을 줄이기로 했다.

 

서울시는 그간 투신 시도를 물리적으로 막기 위해 다리 난간 구조 변경 사업을 펼쳐왔다. 2021년 마포대교와 한강대교 난간 높이를 상향하고 상단에 회전체를 설치하는 등 자살 시도자가 난간 위로 진입하기 어렵게 했다. 두 곳 모두 지난해 투신 사망자가 0명으로 집계돼 자살 방지 효과를 입증했다. 시는 올해 잠실대교와 한남대교, 양화대교 난간 높이도 1.65m로 올린다. 잠실대교, 양화대교는 난간 상단에 회전체를 설치하고, 한남대교는 조망을 고려해 상단에 투명판을 댄다.

 

시 관계자는 “올해 3곳 다리 난간을 높인 뒤 모니터링을 거쳐 원효대교와 서강대교, 광진교에도 유사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다리 위 CCTV 등 영상감시장비도 늘린다. 현재 한강 다리 21곳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13곳 총 740대에 불과하다. 시는 미설치 교량인 가양대교에 올해 안에 56대를 설치할 예정이다.

 

CCTV 확충은 현장에서도 요구 목소리가 크다. 한강경찰대 정현성 경사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CCTV로 목격이 안 돼서 구조자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CCTV를 늘려 사각지대를 해소하면 구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한강 다리 위 자살 예방 장치 확충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이수정 우석대 간호학과 교수(전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는 “우리나라에선 계획·의도가 아닌 음주 등에 의한 충동적 자살 시도 비율이 유독 높게 나타난다“며 “물리적 통제는 충동적 자살을 예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두석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도 “자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건 대단히 어렵다”면서도 “교량 난간 높이 조정 같은 방법은 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다각적인 예방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가 자살 예방을 위해 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명호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강에서 투신 시도자를 응급상황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해 도움을 제공하고 고립을 막는 것이 더 필요하다”며 “이들이 지역사회 네트워크에 연계될 수 있도록 시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윤모·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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