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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심판청구 자격 없어… 법사위, 다수결 원칙 위반” [헌재 ‘검수완박’ 유효 결정]

입력 : 2023-03-23 18:48:47 수정 : 2023-03-24 08: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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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장관·검사 6명 청구 5대4로 ‘각하’
“수사권, 특정 기관 독점적 부여 아냐”
‘입법으로 개정’ 권한 침해 인정 안 해
법무장관 청구인 자격도 ‘부적격’ 판단

與 제기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
“안건조정위, 미리 가결조건 만들어”
심사 보고·토론 절차 등 생략 지적
진보 이미선 재판관 캐스팅보터 역할

헌법재판소는 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각하하면서 검사의 수사 권한이 헌법에 근거를 두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수사권은 헌법이 아닌 법률로 조정 가능하므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날 결정으로 개정 법률은 생명을 유지했지만, 국회 입법 과정은 헌법과 국회법에 위배됐다는 판정을 받아 검수완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수사·소추권은 헌법에 근거 없다”

 

이날 헌재는 검수완박법으로 인한 권한 침해와 법률이 무효인지 확인해달라는 한 장관과 검사 6명의 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했다. 각하는 청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를 두는지는 이번 권한쟁의의 최대 쟁점이었다. 검사 측은 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지목한 헌법 12조 3항과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은) 국회가 입법 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 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이라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권한이 어느 특정 국가 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조정과 배분은 헌법이 아닌 입법으로 정해진다고 봤다. 검사의 수사·소추권 내용과 범위를 국회의 입법으로 정할 수 있으므로, 법률 개정 행위가 이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또 “헌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영장 신청권이 검사에게 있지만 이는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일 뿐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퇴근하며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무효 청구 각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검수완박법이 검사의 권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수완박법으로 검사의 수사·소추권 범위가 축소하고, 일부 범죄에 대해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제기를 못하게 해 검사의 직무 영역을 분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해 국가 기관 상호 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수완박 입법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이 청구인으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선 수사·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적격’ 판단했다.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

 

헌재는 입법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며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별도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들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용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이 회의 주재자로서 중립적인 지위와 실질적인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데 대한 지적이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뉴시스

이들은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미선 재판관은 이 결정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했다. 이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은 미리 가결의 조건이 충족되도록 (안건조정위) 조정위원을 선임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토론 등 절차를 생략했다”며 인용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다만 법사위원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한 무효 확인 청구는 기각했다.


이종민·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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