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퇴=문제아’ 편견·차별 여전
진로 정보도 복지정책도 부족
17살부터 학교밖 청소년 도와
“자퇴 부추긴다” 비판·오해도
“떠나고 싶지 않은 학교가 먼저”
“더는 필요 없는 단체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예요.”
홈스쿨링생활백서 대표 송혜교(25)씨는 이런 생각으로 7년 전 이 단체를 만들었다. ‘자퇴생의, 자퇴생에 의한, 자퇴생을 위한’ 단체인 홈스쿨링생활백서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필요한 정보와 만남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송씨를 비롯한 15명의 팀원 대부분이 학교 밖 청소년 출신이다. 모두 대가 없이 자신과 비슷한 길을 걷는 청소년에게 힘을 실어주는 데 선뜻 나섰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만난 송씨는 “학교 밖에서도 청소년이 충분한 진로 탐색의 기회를 얻고, 좋은 추억을 만드는 걸 돕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며 “이들을 위한 정책 사각지대가 사라진다면 없어질 단체”라고 소개했다.
송씨는 11년 전인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나왔다. 당시엔 학교가 정말 학생을 위한 공간인지 의문이 컸다. 분반 수업을 하면 ‘하’ 반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칠 의지가 없어 보였고, ‘상’ 반은 학원에서 배웠다는 걸 전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사교육을 받지 않았던 송씨는 어떤 반에서든 독학이 필수였다. 강압적인 교칙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씨는 “타고난 머리색이 밝았는데 억지로 염색을 해야 했다”며 “검은색으로 염색했더니 ‘까매서 너만 너무 튄다’고 핀잔을 들었다”고 했다. 틀에 박힌 학교에서 벗어나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찾고 싶었던 송씨는 그렇게 학교를 나왔다.
학교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란 걸 자퇴 후에 뼈저리게 느꼈다. 송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학교 밖 청소년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지원 관련 정보는 여성가족부와 교육청, 지자체 등에 흩어져 있었고 단순한 정보도 공문 형태로 있어 청소년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꿈드림센터 등 이들을 위한 지원센터가 있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청소년도 부지기수다. 친구를 만드는 것조차 큰 노력이 필요했다. 자퇴생을 향한 사회적 편견도 녹록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마친 17살부터 학교 밖 청소년을 돕는 일에 뛰어들었다. 이들을 지원하는 ‘학교밖청소년법’이 처음 시행된 2015년 송씨는 ‘자퇴생=문제아’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언론에서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8년이 흘렀고, 지금도 매년 평균 약 5만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둔다. 그러나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들을 위한 지원은 주목받지 못하고, ‘학교 복귀’만이 정책의 목표인 경우가 많다. 꿈드림센터도 수도권에서는 그나마 접근성이 높지만, 지방에선 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 송씨는 “사회에서 소속 없는 프리랜서로 생활해도 쉽지 않은데 모두가 학교에 소속돼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청소년기에 학교 밖 청소년은 더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의 권리를 주장할 때마다 자퇴를 조장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송씨는 “자퇴하겠단 10명 중 8∼9명을 말린다”며 “학교 밖에서 겪을 어려움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도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나오고 싶지 않은 학교가 되는 게 먼저라는 생각도 뚜렷하다. 시·도 교육청 등 관계 부처에서 청소년 정책을 자문하는 역할도 해왔다. 학교라는 ‘그릇’이 모든 아이를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그릇을 빠져나온 아이들도 이 사회가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씨는 “너무 쉽게 다수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제 발로 나갔으니 감수하라고 말한다”며 “학교에 다니는 게 청소년 복지의 전제가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편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한다. 첫 언론 인터뷰 기사엔 악플이 셀 수 없이 달렸다. ‘성인 되고 후회할 무책임한 선택’, ‘세금만 축내고 살 거다’ 등. 송씨는 “댓글을 쓴 사람들이 지레짐작한 대로 올곧지 않게 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직까진 지킨 것 같다”며 “그때 인터뷰하고 같이 욕을 먹었던 동지들이 이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우리는 바르게 잘 자랐다’고 꼭 전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