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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에는 ‘5월까지 예약 마감’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입소문을 탄 대구 수성구의 유명 ‘초밥 오마카세’ 집이다. 일본어인 오마카세는 ‘타인에게 판단을 맡긴다’는 뜻이다. 상호에서 드러나듯 이곳 메뉴는 초밥 단 하나다. 음식값이 1인당 13만원이지만 몇 달을 기다려야 간신히 저녁 좌석을 차지할 수 있는 집이라 주류 주문은 필수였다. 친구와 자리에 앉은 뒤 메뉴판을 들여다보다 딱 중간 가격대인 8만원짜리 주류를 시켰다.

인생 첫 오마카세였다. 셰프가 정성스럽게 하나씩 만든 초밥을 접시에 올려줬다. 친절한 설명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샤리를 곁들인 무시아와비입니다.” 대충 고개를 끄덕인 뒤 휴대전화를 열어 검색창에 ‘샤리’와 ‘무시아와비’를 검색했다. ‘샤리’란 ‘초밥에서 사용되는 밥’, ‘무시아와비’는 ‘전복찜’이란 뜻의 일본어였다.

배소영 사회2부 기자

오마카세를 찾은 이유는 간단했다.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와 관련한 피드가 너 나 할 것 없이 올라오자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석 달 전 식당을 예약했다.

성게알부터 참돔, 광어 지느러미, 참치까지…. 식사 내내 일본어로 소개되며 한 점씩 나오는 초밥 사진을 정성스럽게 찍었다. 그러곤 맛을 느낄 새도 없이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음식 사진을 차례로 올렸다. 식사를 마치고 점원이 갖다준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34만원’. 배달비 몇천원을 아끼기 위해 퇴근길 포장을 해오던 내 모습이 떠올라 괴리감이 들었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취미가 있나요?”라는 출입처 직원의 질문에 고작 7주째 교습받는 “골프”라고 답했다. 꽤 오랜 시간 그와 골프와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흥미는 ‘0(제로)’에 가까웠다. “다들 배우니” “인간관계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한 탓이 컸다.

적당히 유행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알고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골프 또는 테니스를 배우는가 하면 수십만원짜리 음식을 즐기고 주기적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젊은 층이 많다. 경험을 온전히 즐기기보단 보이는 게 중요한 시대다.

나 또한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어렵게 유행을 좇고 있다. 스스로를 트렌디하다고 포장해 보지만, 어쩐지 인스타그램 속 무색무취한 복제인간이 되어가는 느낌이 든다.

최근 워라밸을 넘어 워라블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업무와 일상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라이프 스타일이란 뜻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근무시간 외에도 업무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기 계발 또는 취미 생활을 영유하는 삶이 보편화했다.

하지만 누군가 묻는다면 두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취향과 취미를 가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저녁이 있는 삶’을 마주하고 있는 요즘, 일시적인 유행이나 대세를 좇기보단 자신만의 색깔을 찾을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배소영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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