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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어 죽어도 돈 안 받아"…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제3자 변제' 거부

입력 : 2023-03-14 06:00:00 수정 : 2023-03-14 07: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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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모두 정부 해법 반대 의사 표명
정부 “끝까지 설득”… 공탁도 거론
피해자 측 “강행 땐 효력정지 소송”

민주, 외통위 전체회의 단독 진행
與, 정상회담 지장 우려에 보이콧
양 할머니 “그런 돈 안 받아” 재강조
행안위서도 ‘정부 해법’ 두고 공방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이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피해자 15명(원고 기준 14명) 중 생존 피해자들이 정부 해법을 반대하면서 조속한 변제를 추진한다는 정부 방침이 난항을 겪게 됐다. 정부는 피해자 전원을 끝까지 설득한다는 방침 아래 내부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한 법률적 검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행인이 도쿄 지요다구 마루노우치 미쓰비시중공업 앞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 단체, 일본제철 소송 지원 단체 및 대리인은 이날 제3자 변제의 창구 역할을 맡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방문해 이런 뜻을 담은 문서를 전달했다. 제3자 변제 거부를 공식화한 원고는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 할머니와 일본제철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다. 이들의 대리인은 지난 10일 제3자 변제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재단에 발송했으며, 이날 직접 재단을 방문했다. 문서에는 “제3자가 채권자 의사에 반해 함부로 변제하여 소멸시켜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현재 피해자들을 끝까지 설득하겠다는 것 말고는 이 문제에 관한 뚜렷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10일 외신기자들과 만나 “15명 원고가 최대한 정부 입장을 이해하시고 판결금(배상금)을 수령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피해자들이 끝까지 변제를 거부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와 관련해 법률 검토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에 배상금을 맡기는 것으로 배상금 수령의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공탁 제도도 거론되는 법률 조치 중 하나다. 고위 당국자는 지난 6일 해법 발표 직후 “법리적으로는 판결금을 끝까지 수령하지 않으면 공탁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고령의 생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공탁 등 조치를 취하는 것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공탁을 강행할 경우 효력정지 소송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통령 옷 벗으라고 하고 싶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앞줄 가운데)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양금덕 할머니, 제3자 배상안에 “모자란 정부”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배상안을 맹비난했다.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참고인으로 출석해 “나는 절대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을 것”이라며 기존 뜻을 굽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외통위원들은 16∼17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전원 불참하며 보이콧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은 이날 회의 개최 여부를 두고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과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불러 논의했지만, 여야 간 견해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결국 회의는 위원장과 여당 불참 속에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13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의사봉은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이 잡았다.

 

국회의장을 지낸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부·여당이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또다시 일본 앞에 약점을 보였다”며 “정상회담 이후에 (외통위) 회의를 연다는 것은 스스로 우리 협상 고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판단 착오 그리고 수정·보완할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김홍걸 의원은 “사람들이 20세기에는 경술국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계묘국치가 나왔다는 얘기를 한다”라고 꼬집었다.

 

양 할머니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제3자 배상안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이 정부가 모자란 정부다. 대통령은 옷 벗으라고 하고 싶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제3자 배상안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펼쳐졌다. 정부 해법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 업무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산하에 둔 행정안전부의 한창섭 차관을 상대로 여야가 신경전을 벌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부 해법을 옹호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 당시 악화한 한일관계 회복을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배상안이 결국 국내 기업에 책임을 전가하는 위법적 해법이자 ‘친일행보’라며 맹비난했다.


홍주형·백준무·유경민·배민영·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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