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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뇌전증 행세' 등 병역비리 137명 기소…범죄수익 16억원 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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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3-13 11:12:08 수정 : 2023-03-13 1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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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 스캔들의 당사자 및 가담자들이 대거 재판에 넘겨졌다. 가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해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한 이들 중 고위공직자 자녀와 연예·체육·의료계 등 유명인사 다수가 수사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된 사건이다. 수사 결과, 병무청과 구청 공무원까지 동원돼 이들의 병역 면탈(기피)을 도운 조직적 모의 정황이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은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지난해 12월 5일부터 3개월간 합동수사를 벌인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합동수사팀은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 등 병역면탈사범 137명을 적발해 기소하고, 범죄 수익 약 16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했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 신월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뉴스1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병역 브로커(2명)와 공문서 조작 공무원(5명), 병역 면탈자(109명)와 공범(21명) 등이다. 이들 중 브로커 구모(47)씨와 김모(38)씨,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면탈자 2명,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병무비리 사건의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와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 강모(58)씨,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염모(58)씨 등 7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뇌전증 행세한 의뢰인 108명 달해

 

수사팀은 허위 뇌전증 병역비리와 관련해 브로커 구씨와 김씨, 라비,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씨, 배우 송덕호(30·본명 김정현)씨 등 130명을 기소했다. 대가를 받고 목격자 행세를 하는 등 범행에 적극 가담한 면탈자의 가족·지인 20명도 포함됐다. 공범 중에는 한의사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도 있었다.

 

병역 면탈 범행을 주도한 브로커들은 의뢰인들로부터 거액을 받고 병역의무자 유형에 따라 의료기관과 병무청을 속일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했다.

 

브로커의 가이드를 받은 이들은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작 등 뇌전증을 거짓으로 꾸며내고, 병무청에 허위 진단서를 제출해 병역을 감면받은 혐의(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를 받는다.

병역면탈 범행 개요. 서울남부지검 제공

구씨와 김씨는 맞춤형 시나리오를 제공한 뒤 허위로 보호자·목격자 행세를 하면서 1∼2년에 걸쳐 진료기록을 관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의뢰인으로부터 각각 300만∼1억1000만원을 받았다. 구씨는 13억8387만원, 김씨는 2억1760만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챙겼다.

 

검찰은 범죄수익 약 16억원을 추징보전 조치했다.

 

현재 병역 관련 컨설팅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병무청은 이들 브로커와 뇌전증 이외의 문제로 계약한 의뢰인, 최근 수년간 뇌전증으로 병역 감면을 받은 이들을 점검할 계획이다. 병역판정검사 정밀화, 지속적인 약물 복용 여부도 검사할 방침이다. 병역 면탈 조장 정보 게시나 병역 기피 등을 병무청 특사경 직무 범위에 포함하고, 병역 면탈 의심자 데이터 추적 관리를 고도화해 면탈 단속을 강화한다.

 

적발된 면탈자 가운데에는 K리그 축구선수 2명을 포함한 프로운동선수와 연예인, 의사·의대생 등 전문직 종사자가 14명에 달했고, 변호사·한의사 자녀 등도 포함됐다.

래퍼 나플라. 나플라 SNS 캡처

◆나플라, “우울증 심해져” 거짓말로 ‘조기 소집해제’ 시도

 

브로커 구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래퍼 나플라의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둘러싼 병역비리 혐의도 포착됐다.

 

검찰은 나플라와 그를 도운 공무원 3명을 구속기소하고, 나플라와 라비의 소속사인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37)씨 등 3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씨도 병역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초구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던 나플라의 출근 기록 등을 허위로 꾸며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나플라는 김씨와 함께 구씨에게 의뢰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했다. 구씨는 나플라로부터 2500만원을 받고 우울증이 악화한 것처럼 속이고, 병무용 진단서를 허위로 발급받는 것을 도왔다. 나플라는 병원에서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심해진 것처럼 속여 약을 처방받은 뒤 복용하지는 않았다.

 

공무원들은 나플라가 서초구청에 출근한 적이 없는데도 141일 동안 정상 근무한 것처럼 일일복무상황부를 조작했다. 또한 나플라가 정상 출근했지만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적응하기 어려워 잦은 지각과 조퇴·병가가 불가피했다는 내용의 기록을 남겼다.

 

이들은 이같은 기록을 토대로 복무 부적합자 소집해제 신청서와 사실조사 결과보고서 등을 작성해 조기 소집해제 절차를 밟았으나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플라는 두 차례 복무적합 심사를 받고 추가로 중앙병역판정검사소에 병역처분 변경원도 신청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병무청과 서초구청 공무원들이 금품 등 대가를 받은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은 정신질환 등을 앓는 사회복무요원 관리가 어려운 점 등 여러 사정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나플라는 2018년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777)’에서 우승한 래퍼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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