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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 “엄마가 어느 나라 사람이니?” 하며 다문화 학생에게 출신국이나 가족 상황을 꼬치꼬치 묻거나 “다문화 학생들은 한국어 교실로 가라”며 일반 수업 시간에 한국어 교실로 이동시키는 일들은 낙인 효과가 될 수 있으니 지양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종종 ‘역차별’이라는 미명으로 다음과 같은 말들을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우리 애들도 학습 부진으로 도움이 필요한데 학교에서는 왜 다문화 학생만 챙겨주나요?”, “우리는 국민으로서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는데 다문화 학생들은 방과후 한국어 교실에서 무료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요. 이게 역차별이 아닌가요?”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다 큰 아이가 이유식을 하는 애기를 보며 “왜 나한테는 이유식을 제공하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리를 다쳐 거동이 불편한 사람에게 지팡이를 짚게 하거나 휠체어를 타게 하는 것을 보고 몸이 성한 사람이 “왜 나에게는 지팡이나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느냐?”고 투정을 부리는 것과 같다.

내가 근무하던 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60% 이상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학생이 있어도 그냥 교실에서 전체 학생과 함께 공부하게 했다.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가갸거겨’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방치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차별의 역차별이 아닌가 싶다. 선생님 강의를 못 알아들어서 답답하고 의사소통이 안 되니 친구도 없다. 이렇게 3∼4개월이 지나면 애들은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장기간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되어 있다 보니 틱 장애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며, 폭력성이 나오기도 한다.

학교 상담실에 상담을 요청했더니 “다문화 학생과 래포(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된 후에 상담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어를 못하니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될 때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의사소통이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니…. 지금 당장 급한데 말도 안 되고 어이가 없다.

1959년 11월20일 유엔 제14차 총회에서 ‘유엔 아동 권리 선언’이 채택되었다. 한국은 1991년 11월20일에 협약을 비준했다. 그 원칙에는 ‘신체적·정서적·정신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회와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고, ‘기회균등의 원칙에 입각하여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피부색이나 출신국, 종교를 떠나서 모든 학생은 똑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출발선이 동일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에게는 당연히 한국어 지원을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역차별이란 미명하에 이런 교육 권리를 박탈당하다니 교육자로서 심사숙고해야 할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배정순 이중언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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