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 표해”
安 “안타깝고 아쉽다” 온도차 커
金측 “羅 지지층 우리에게 올 것”
安측, 수도권 대표론 연계 구애
‘非尹 구심점’ 유승민 출마 변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3강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의 당권 구도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김기현·안철수 의원 간 양강 구도로 재편되며 경선 열기는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두 의원은 곧장 나 전 의원의 15%대 지지율을 흡수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였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불리 계산하는 김기현·안철수
여권은 이날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입장을 밝히자 당대표 경선 구도에 끼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유력 주자인 김, 안 의원은 유불리를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는 가운데 김 의원 측은 ‘호재’, 안 의원 측은 ‘악재’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두 의원이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낸 입장에서부터 온도 차가 느껴졌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총선승리 및 윤석열정부 성공이라는 국민 염원을 실천하려는 자기희생으로 이해한다”고 나 전 의원을 치켜세웠다. 반면,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했다면 당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전당대회에 국민들의 관심도 더 모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깝고 아쉽다”고 했다.
이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둘러싼 두 의원의 ‘수 싸움’이 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주자’임을 내세우며 전통적 당원 표심을 흡수하는 전략을 구사해온 김 의원에게 나 전 의원의 출마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여겨졌다. 반대로, 당내 조직세가 부족한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출마해 당심이 분산되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왔다.

양측은 일단 판세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이날 안 의원(49.8%)이 김 의원(39.4%)을 10%포인트 넘게 앞서는 것으로 발표된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까지 불출마하면서 이제 대세론을 굳혀야 하는데 양자대결 조사에서 (안 의원에) 밀리는 것은 악재”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이 출마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었는데 현재 우리가 급상승 상태”라며 “1차 투표에서 끝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조사는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2∼23일 전국 성인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최대 변수’ 나경원 표심은 어디로
당대표 경선이 김, 안 의원 간 양강 구도로 흐르면서 선거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장의 변수로 떠오른 나 전 의원의 15%대 표심을 잡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김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의 지지자 대부분이 전통적 당원인 만큼 김 의원 지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우리 당을 지키고 함께 동고동락해 온 나 전 의원과 함께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기회가 될 때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달리 안 의원 측은 나 전 의원이 친윤계의 압박 속에 불출마한 만큼 그의 지지자들이 김 의원을 곧바로 지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께서 원하시는 방향이 수도권에서의 승리 아니냐”며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수도권 대표론’을 연결고리로 내세웠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선언 후 특정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을 강하게 일축했다.
‘비윤 구심점’인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비윤 표심을 담아낼 후보가 없는 만큼 그가 당권에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는 10%대 미만의 낮은 지지율, 당내 지원 세력의 부재 등으로 불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친윤계에 맞서다 지지율마저 추락… 결국 백기 든 羅, 정치 미래도 ‘암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의 벽은 높았다. 국민의힘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하던 나경원 전 의원은 25일 결국 당권 도전을 포기했다. 한 달 가까이 장고 끝에 불출마를 택하면서 입지가 좁아진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칠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만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가 불출마한 가장 큰 이유로는 대통령실과 김기현 의원을 지지하는 친윤(친윤석열)계의 압박이 꼽힌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면서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의 상징인 장제원 의원과는 각을 세우는 ‘친윤·반장제원’ 행보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나 전 의원의 말과 움직임에 대통령실이 여러 차례 대놓고 거부감을 드러내고, 당내 초선의원 50명의 비판 성명까지 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급기야 믿고 있던 지지율마저 꺾였다. 올 초까지도 ‘당심’을 가늠할 수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 대표 적합도 1위를 차지하던 그는 최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잇달아 김기현·안철수 의원에게 뒤졌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해임을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반박한 장면은 이번 사태 최대 분수령이었다. ‘윤심’이 확실히 등을 돌렸다는 신호로 해석돼 출사표를 던져도 당심을 잡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이날 “나 전 의원이 평소 ‘절대로 반윤(반윤석열)은 못 하겠다’고 말했다”며 “만약 나 전 의원이 출마한다고 가정하면 윤 대통령과 관계 문제를 어떻게 풀고 갈 것인지가 제일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승부처에서 물러서면서 나 전 의원의 정치 인생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내년 총선 공천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는 향후 거취를 묻자 “저는 영원한 당원”이라고 답했지만, 후보 등록도 하지 못한 채 중도하차한 모양새여서 4선 중진인 나 전 의원의 정치적 결기 부족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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