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웃집 토토로’,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미야자키 하야오(82) 감독이 설립한 ‘지브리 스튜디오’(이하 지브리)가 만든 명작 애니메이션이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작품 자체의 완성도 뛰어나지만 30년 넘게 지브리와 손잡고 히사이시 조(73)가 만든 작품 속 명곡들도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명곡을 피아노 선율로 감상할 수 있는 콘서트가 열린다. 지브리로부터 공식 연주 라이선스를 얻은 일본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브라이트(본명 유미 나나츠타니)가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오사카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지브리와의 인연에 대해 “2009년 ‘피아노 지브리’라는 앨범을 발표하면서 스튜디오 지브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며 “지브리와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역시 영화와 함께 나오는 곡들의 훌륭함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피아노 지브리’는 2009년 “지브리 명곡을 모은 앨범을 피아노 솔로로 작업해달라”는 지브리 측 의뢰를 받아 만든 앨범이다. 이후 지브리에서 연주력과 편곡 실력을 인정받아 공식 연주 라이선스를 얻었으며 2018년 ‘지브리 스튜디오 명곡집’을 발표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브라이트는 “어린 시절부터 영화 음악과 지브리 음악을 좋아했다”며 “지브리 음악은 어떤 사람의 마음에도 부드럽게 스며 들어가는 심플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오케스트라로 연주된 지브리의 영화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부담은 없을지 궁금했다. “오케스트라로 연주한 지브리의 음악이 대형 벽면에 걸린 화려한 유화라면, 피아노 버전의 지브리는 자기만의 방에 장식하는 작고 아담한 수채화 같은 이미지라고 생각해요. 편곡을 하면서도 원곡 하나하나가 가진 본질이나 핵심을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연주자로서 내 개성을 너무 드러내기보다는 곡이 지닌 본래의 빛을 놓치지 않게 가능한 한 단순하게 연주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는 ‘마녀 배달부 키키’에 수록된 ‘따스함에 안겨진다면’을 꼽았다. “사실 지브리 영화에 사용되기 전부터 매우 좋아하는 곡이었어요. ‘커튼을 열고 조용한 햇빛의 따스함에 안겨진다면 분명 눈에 비치는 모든 것은 메시지’라는 가사의 첫 시작부터 영적인 세계를 느꼈죠. 10대 때부터 들었던 곡인데, 언제 들어도 신선해요.”
테마곡과 잘 어울리는 인상 깊은 작품으로는 ‘이웃집 토토로’의 ‘산책’을 들면서 “일본에서는 3살 정도 아이도 모두 이 곡을 알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모노노케 히메’도 힘이 넘치며 영화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 곡이라고 언급했다.

2019년 내한 공연 이후 다시 한국을 찾는 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후 한국 관객들 앞에서 연주할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슬펐다. 이번 공연을 하게 돼 정말 기쁘다”며 “그 마음과 제가 좋아하는 한국 땅을 다시 걸을 수 있는 행복을 담아 진심으로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지브리 음악이 크게 사랑 받는 이유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지브리는 인간이 살아가는 본질, 지구에서의 인간의 역할 등 깊은 주제를 작품의 이면에 갖고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시대에 중요한 일이라고 느껴요. 감정에 솔직하고 섬세한 한국 분들은 풍부한 감성으로 그 본질을 꿰뚫는 힘을 갖고 있기에 지브리의 세계를 포착하고 공감하지 않나 생각해요.”
이번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덕우, 퍼커셔니스트 김미연도 함께한다. “‘바다가 보이는 거리’(마녀 배달부 키키)는 클래식 음악과 같은 분위기로 바이올린 파트를 멋지게 편곡했고, ‘바람이 지나는 길’(이웃집 토토로)에선 숲의 신비로운 소리를 타악기로 표현했어요. 오직 이 공연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트리오 연주죠. 밸런타인 데이를 기념할 서프라이즈 곡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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