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9개월째 무역적자 이어지나… 빨간불 켜진 ‘한국 경제’

입력 : 2022-12-13 06:00:00 수정 : 2022-12-13 08:20:1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2월 10일간 무역수지 -50억弗
2021년 동기 수출액보다 20.8%↓

‘효자’ 반도체 1년새 27.6%↓
對中 수출은 34.3%나 빠져

“통화긴축 거의 마무리 국면
금융시장 2023년 하반기 안정”

‘무역적자 행진’이 12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간 무역수지는 약 50억달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으로 수출이 대부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엔진’이 식어가면서 무역적자가 9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9개월 연속 적자는 외환위기 때인 1997년 이후 사상 처음이다. 누적 무역적자는 역대 최대 기록을 써나가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5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세우고 있는 정부는 수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12월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54억2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8% 감소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8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8.5일)보다 0.5일 적었다. 일평균 수출액은 15.8% 감소했다.

 

수출은 4분기 들어서며 급격히 쪼그라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간 수출은 지난 10월에 지난해보다 5.7% 줄어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감소로 돌아선 바 있다. 11월에는 14.0%나 줄면서 감소 폭이 커진 데 이어 이달 초순도 마이너스로 시작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는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10일까지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27.6% 감소했다. 하강 국면을 맞은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감소 폭은 9월 -4.9%, 10월 -16.4%, 11월 -28.5%로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 외에 철강제품(-37.1%), 자동차 부품(-23.2%), 무선통신기기(-46.6%), 정밀기기(-27.8%) 등도 감소했다. 반면 석유제품(20.1%), 승용차(42.1%), 선박(5.3%) 등의 수출은 늘었다.

 

국가별 수출액을 살펴보더라도 상황은 심각하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이 34.3%나 빠졌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2.0%), EU(-4.3%), 베트남(-23.7%), 일본(-22.7%) 등 주요 교역국 수출액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입액도 줄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입액은 203억44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7.3%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입액으로는 1.6% 감소했다. 주요 품목별로는 원유(24.7%), 가스(34.1%), 반도체 제조장비(25.9%) 등의 수입액이 늘었다. 반면 반도체(-15.7%), 석유제품(-11.2%), 기계류(-18.5%), 석탄(-7.1%) 등은 줄었다.

 

수출액 감소 폭이 수입액보다 크게 나타나면서 무역수지는 또 마이너스를 찍었다.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49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과의 무역수지는 5억900만달러 적자다. 지난 10월과 11월에 이어 다시 적자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올 들어 월별 무역수지는 4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12월에도 월간 무역적자가 현실화하면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9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특히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474억6000만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많다. 종전 최대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정부는 내년 수출 살리기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상황은 물론, 금융·외환 시장, 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출이 최우선 과제라는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며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수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1∼1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8% 줄어든 154억달러를 기록하며 무역적자가 9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간 누적 무역적자가 이미 기존 최고치를 넘어 5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수출 위주의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부산 남구 신선대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부산=연합뉴스

◆조동철 KDI 원장 “2023년 세계경제 어려워… 한국만 예외 될 수 없어”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위축 국면에 접어든 경제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한국만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면서도 다른 선진국보다는 나은 상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원장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그 이후 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후년부터는 조금 정상화되는 국면에 가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원장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진 데는 구조적 측면보다 순환적 측면이 있고, 특히 통화 긴축과 관련해 벌어지는 현상이기에 현재와 같은 국면이 끝없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통화 긴축이 이번 사이클에서 적어도 우리나라는 마무리해가는 국면이고 미국도 거의 후반부에 가 있는 그림”이라며 “올해 통화 긴축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 내년 실물경제는 어려움을 겪겠지만 금융시장은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안정되는 모습이 나타날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조 원장은 “세계 경제가 다 같이 어려울 때 우리나라만 특출하게 잘나갈 수는 없다”며 “다 같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도 어려워질 수 있지만 다른 선진국보다 나은 경제 상황을 유지하는 게 목표이고 그것이 가능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외 기관들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하는 것에 대해서는 “과거 1%대 성장률이면 ‘엄청난 위기’라는 느낌을 받았지만,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내려와 그보다는 덜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조 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하를 두고선 “법인세를 인하하면 투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거라는 건 대부분 사람이 동의하는 부분”이라며 “법인세를 감면하는데 투자가 더 위축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단 투자 효과가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여러 방법을 통해 여러 추정치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준금리 수준을 놓고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5% 내외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 하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면서 “KDI도 (이 총재와)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얘기는 나올 수 있지만, ‘인하할 것이다’라고 말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이날 화상으로 주재한 주요 국제금융기구 파견 직원과의 현안 점검 회의에서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이사실은 내년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참석자들은 “고물가와 기후변화, 지정학적 긴장 고조의 영향으로 내년 세계 경제 하방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종=안용성, 이강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