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속사포식 측면 공격 휘둘려
‘골잡이’ 주특기 못살리고 중원으로
상대 오초아 철통 방어에 PK실축도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별명은 ‘득점기계’다. 분데스리가 득점왕에 7차례나 오른 그는 2010∼2022년 분데스리가 활동 기간에 통산 312골을 기록, 외국인 최다골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게르트 뮐러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분데스리가 누적 300골 고지에 오르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2021∼2022시즌에도 독일 바이에른 뮌헨에서 35골을 포함, 공식전에서 50골을 넣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시즌엔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리그 13골 등 총 18골을 넣었다. A매치에선 이번 경기 전까지 134경기 76골을 넣었다.

도하=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클럽 무대의 우수한 성적이 무색할 정도로 월드컵 무대만 나서면 맥을 못 춘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런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다. 레반도프스키는 23일 카타르 도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멕시코전에서 결정적인 페널티 킥 찬스까지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레반도프스키의 부진 속에 폴란드는 2002년부터 이어진 ‘첫 경기 무승’ 징크스가 계속됐다.
경기 내내 폴란드는 8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리는 멕시코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주력해야 했다. 경기 초반부터 어빙 로사노, 알렉시스 베가를 주축으로 한 멕시코의 속사포식 측면 공격에 주도권을 잃고 주춤했다. 이 과정에서 최전방 공격수인 레반도프스키가 중원까지 내려와 방어선 구축에 힘을 보태느라 골게터로서 주특기를 살리지 못했다. 실력 발휘를 하기도 전에 힘이 빠진 셈이다.

레반도프스키는 후반 13분이 돼서야 페널티 킥 찬스를 잡았지만 멕시코 골키퍼 ‘거미손’ 다비드 오초아의 철통 방어로 득점에 실패했다. 레반도프스키가 골문의 오른쪽 구석을 겨냥해 쏘아 올린 공을 오초아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몸을 날려 막아냈다. 레반도프스키는 체력과 집중력을 중원에서 소진한 탓에 정작 중요한 순간 골 결정력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4살인 레반도프스키는 이번 대회가 생애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수 있다. 페널티 킥 실축으로 망신살이 뻗친 그가 나머지 경기에서 득점기계의 면모를 되찾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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