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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지적장애인 강간죄, 장애 심하지 않아도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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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11-23 15:43:14 수정 : 2022-11-23 15: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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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장애를 가진 성폭력 피해자의 장애 정도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심하지 않더라도 가해자에게 ‘장애인 준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장애인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81)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무료급식소에서 알게 된 피해자 B(48·지적장애 3급)씨를 이듬해 2월 한 달 동안 다섯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우리 집에 가서 청소 좀 하자”는 말로 B씨를 집에 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정신적인 장애는 ‘오랫동안 일상·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을 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를 의미한다”며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지적장애로 항거불능·곤란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에서 ‘신체적·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곤란 상태에 있음’이라 함은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곤란 상태에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장애가 주원인이 돼 심리적·물리적으로 반항이 곤란한 상태에 이른 경우를 포함한다”며 “피해자의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인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A씨가 무죄라는 결론은 유지했다. 두 사람의 평소 관계를 볼 때 B씨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A씨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성폭력처벌법상 정신적인 장애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장애’로 제한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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