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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죽은 이유 알아야겠다”… 정부에 진상 규명 촉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 이태원 참사

입력 : 2022-11-23 06:00:00 수정 : 2022-11-23 13: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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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족 28명, 사고 24일 만에 언론에 입장 발표

“사망 일시, 장소, 원인 다 미상
책임자 처벌·대통령 사과하라”
“경찰 시위관리·경호에 매몰 탓”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

민변, 유족 법률지원 TF 구성
2차가해 방지 등 6대 요구안 내놔

“아들아, 무능한 이 정부에 너를 뺏겼지만, 엄마는 더 이상 그저 눈물만 흘리는 무능하고 무지한 엄마가 되지 않을게. 이제는 알아야겠다. 내 아들이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엄마는, 우리 가족은 알아야겠다.”

눈물 흘리는 유족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정부에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입장을 밝힌 것은 참사 24일 만에 처음이다. 이재문 기자

22일 이태원 압사 참사 유가족 28명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이 진행된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 아들의 사망진단서를 들고 온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어느 부모가 자식의 태어난 장소와 날짜, 시간을 모를까요? 그런데 저는 아들 남훈이의 죽음에 대해선 아는 게 없다. 사망 일시도 추정, (장소는) 이태원 거리 미상, 사인도 미상이라고 한다”며 “사망 시간도, 장소도,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떻게 자식을 떠나보내겠느냐”라고 울부짖었다. 이어 “제가 원하는 것은 그날의 진실과 투명한 조사, 책임자들의 책임과 사퇴, 대통령의 공식적 사과”라고 호소했다.

이씨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희생된 모든 아이들에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사랑한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우리 아들 남훈아”라며 발언을 마치자 회견장에는 “미안하다”는 유가족들의 눈물 섞인 절규가 이어졌다.

유가족들이 언론 앞에 나선 것은 지난달 29일 참사 발생 후 24일 만에 처음이다. 6명의 유가족이 발언을 이어가는 동안 자녀의 사진을 품에 안은 유가족들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을 잡아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공동취재

“1997년 2월29일 이 세상에 태어나 2022년 10월29일 이태원에서 26세의 꽃다운 나이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하나뿐인 우리 딸 이상은의 아빠”라고 자신을 소개한 희생자 이상은씨 아버지는 딸을 생각하며 쓴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이제 별이 된 사랑하는 우리 딸. 먼저 보낸 미안함에,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억장이 무너지는 원통함에 가슴을 치며 통곡해보지만 눈물로 채운 가슴에 갈수록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득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딸 상은이를 대신해 절규해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국가는 무엇을 하였는지, 이제는 국가가 답하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들은 한목소리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배우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번 참사는 초동 대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인재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사건”이라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류미진 전 총경에 대한 형사처벌을 촉구했다.

희생자 이민아씨 아버지도 “13만명이 모이는 행사에 경찰이 인파·군중 관리 기동대를 투입하지 못했다는 말은 결국 경찰이 일반 시민들 안전이 아니라 시위 관리와 경호 근무에 매몰돼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

희생자 송은지씨 아버지는 “이번 참사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라며 “이태원 도로 한복판, 차디찬 죽음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고 규탄했다. 외국 국적의 희생자 김인홍씨 어머니는 “아이를 보내며 가장 힘든 건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말 답답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민변은 이날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TF’를 구성한 뒤 희생자 34명의 유가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통해 6개 대정부 요구사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요구사항은 △진정한 사과 △성역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이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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