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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개도국에 지원 ‘손실과 피해 기금’ 극적 합의 [COP27 '기후정의'를 외치다]

, 환경팀

입력 : 2022-11-20 17:37:53 수정 : 2022-11-22 13: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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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 책임’ 공식 인정
연장 협상 끝 합의문 도출
지원 대상·범위는 확정 안돼

多배출 中·印 참여 여부 쟁점
韓도 동참 필요성 제기될 듯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에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이 20일(현지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극적으로 합의됐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 피해에 책임이 있다는 걸 사실상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국가 간 ‘기후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제사회가 ‘역사적인 한 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다만 이번 COP27에 성과만 있는 건 아니다. 당장 ‘손실과 피해’ 기금의 경우 그 규모와 지원 대상·범위 등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탓에 실제 이행이 단기간 내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올해 당사국 간 논쟁이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여부에 집중되면서 지구온난화를 직접 늦추는 효과가 있는 화석연료 폐지 논의에선 어떤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외신을 종합하면 COP27 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합의문 성격의 ‘샤름엘셰이크 실행 계획’을 당사국 합의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문에는 “기후변화 악영향과 관련된 ‘손실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기금 조성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애초 총회는 18일 폐막 예정이었으나, 주요 쟁점에 대한 당사국 간 견해 차로 이날 새벽까지 연장 협상이 이어진 끝에 극적으로 합의문이 도출됐다.

 

선진국의 개도국에 대한 보상을 다루는 ‘손실과 피해’ 의제는 올해 최초로 정식 의제로 채택됐다. 배출량이 미미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큰 아프리카에서 COP27이 열린 데다 최근 파키스탄이 대홍수로 국토 3분의 1이 잠기는 등 기후 재난이 잇따르면서 보상을 촉구하는 개도국 목소리가 컸다. 실제 선진국은 개도국 지원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별도 기금 조성에는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기존 기금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기금 조성에 합의하면서 ‘기후 정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최빈국 연합을 대변하는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 장관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기후 취약국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라고 평했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인터내셔널의 국제정치전략 책임자인 하르지트 싱은 “이번 기금 설립은 오염국이 기후 파괴 책임을 더 이상을 피할 수 없다는 경고의 화살을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앞줄 왼쪽 세 번째)이 20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 폐막 총회에서 ‘손실과 피해’ 보상 기금 조성 합의 등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한 뒤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기금 조성 방법과 절차에 대한 세부적 내용이 도출되지는 않은 상태다. 당장 기금 조성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 주도로 진행될 예정이지만, 현재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 인도 등 다배출 국가의 참여 여부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또한 배출량 10위 국가로 추후 재원 조성에 참여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기금 수립이 결정되면 우리나라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개도국은 이 기금 성격에 대해 ‘손실과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규정하길 원했으나 선진국 반대로 합의문에 ‘보상’ 개념이 명시되지 못했다. 대신 기금 성격은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a fund for responding to loss and damage)으로 규정됐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막대한 피해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보상’ 대신 ‘대응’ 개념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추후 기금의 구체적 운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때 이 부분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손실과 피해’ 부문 합의와 별개로, 지구온난화를 직접적으로 늦출 수 있는 ‘감축’ 부문에서는 두드러지는 성과가 없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특히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 총회에서 합의한 ‘배출량 저감 시설을 갖추지 않은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the phasedown of unabated coal power)에서 나아가, 이번에 석탄발전은 물론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컸지만 결국 제자리에 머물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고, 우리는 지금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이번 COP27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며 “‘손실과 피해’ 기금은 필수적이지만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세계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한 거대한 도약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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