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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드라이브에 맞춘 ‘녹색 도장’… 원전 진흥책 변질 논란 [원전 ‘녹색경제’ 포함]

, 환경팀

입력 : 2022-09-20 18:57:00 수정 : 2022-09-20 2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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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K택소노미’ 초안 공개

계속운전 원전, ATF 2031년 적용키로
9년간 ‘안전’ 강화 조치 없이 운전 승인
고준위 폐기물 처분 시점도 명시 안 해

국내 원전, 공적금융으로 재원 마련해
민간시장 자금 추가 유입 효과 미지수
재생에너지 투입 재원은 축소 불가피

환경부가 원전에 ‘녹색 도장’을 찍어주기로 했다. 최근 유럽연합 녹색분류체계(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걸 명분으로 삼았지만 사실상 윤석열정부의 ‘원전 드라이브’에 보조를 맞춘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실정’을 들어 EU택소노미보다 원전의 녹색경제활동(환경·기후친화적 경제활동) 인정 조건을 대폭 완화하면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가 본래 목적과 달리 ‘원전 진흥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U와 비교하면”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이 2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원전을 포함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환경부는 20일 공개한 K택소노미 초안을 통해 원전 계속운전의 경우 사고저항성핵연료(ATF) 적용 시점을 EU택소노미(2025년)보다 6년 뒤인 2031년으로 잡겠단 뜻을 밝혔다.

 

윤석열정부가 임기 내 노후 원전 10기 수명 연장에 대한 심사·허가를 마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는 만큼, 신규 원전뿐 아니라 이들 노후 원전 또한 ATF가 적용되지 않은 채 앞으로 9년 가까이 계속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받게 됐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ATF 조건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남게 됐다”며 “ATF를 사용해 원전 안전을 강화하려는 본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K택소노미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조건 적용 시점이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해서도 “환경부가 제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U택소노미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가동 시점을 2050년으로 못 박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EU는 여러 국가의 연합체로서 개별 회원국에 ‘언제까지 해라’라는 식으로 조건을 달 수 있지만, K택소노미는 한국 정부가 한국만을 위해 마련하는 것인 데다 처분 시설 확보의 주체도 한국 정부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K택소노미가 원전을 포함하기로 한 이상, 정부의 원전 정책에 그 세부 내용이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걸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왜곡된 K택소노미가 원전 산업에 민간 시장의 재원을 추가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면서 “전후방 원전 사업에 녹색금융 재원이 공급돼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추가 투입 재원 예상치를 내놓진 못했다.

 

전문가들은 애초 국내 원전 산업 특성상 민간 금융이 투입될 여지가 크지 않아 K택소노미로 인한 재원 조달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원전 산업은 민간 자본 입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다”라며 “계획부터 가동까지 15∼20년이 넘게 걸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데다 방사성 폐기물 처분 문제나 정치 지형 변동 등 리스크가 너무 크다. 이건 전 세계가 동일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EU는 별도 정책 예산이 있는데, 원전을 녹색경제활동으로 분류해놓지 않으면 EU 자금이 개별 원전 관련 사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결국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을 짓기 때문에 녹색경제활동 해당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 의사만으로도 재원 조달이 충분히 이뤄져 K택소노미가 원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한 데 따라 재생에너지 등 다른 녹색경제활동에 투입될 재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국내 원전의 경우 한수원이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산업은행 등 공적 금융이 대부분 이 채권을 인수하는 형태로 재원이 확보된다. 이런 식으로 이뤄지는 공적 금융의 채권 인수가 K택소노미를 통해 ‘녹색투자’로 인정받게 되면 결국 기존에 원전 외 녹색경제활동에 들어가던 재원이 축소할 수밖에 없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산업은행 같은 공적 금융은 기존 녹색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동시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거는 원전 산업에 별도 재원을 투입했을 것”이라며 “결국 공적 금융의 기존 녹색투자 목표치에 원전 투자가 들어오면서 다른 녹색경제활동에 들어갈 자금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도 “원전을 K택소노미에 포함시키면 최근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하향 조정한 것과 더불어 원전에 녹색투자가 집중돼 현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꼭 필요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더욱 정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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