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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날씨가 고장 난 것 같다. 마실 물조차 구하기 힘든 사막에서는 때아닌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 높은 기온을 견디지 못한 북극 빙하는 물로 변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폭염과 가뭄, 폭우, 산불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모양새다. 기후변화가 몰고 온 공포스러운 현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자연재해, 식량과 물 부족, 감염병, 난민 등 수많은 문제를 초래하는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를 넘어서 국가안보를 뿌리째 흔드는 ‘시한폭탄’이 될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작게는 일선 부대 병사부터 크게는 국가의 대외 정책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범위도 매우 넓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는 장병 건강을 위협하고 장비 운용에 제약을 초래한다. 지구온난화로 위력이 날로 강해지는 태풍은 군사시설과 고가의 첨단 무기 안전을 위협한다. 2018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마이클’은 플로리다주 틴들 공군기지를 초토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강 스텔스 전투기로 불리는 F-22 17대가 크게 파손돼 20억달러(약 2조2560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미 공군 F-22 숫자는 186대. 전체 보유 대수의 10분의 1이 허리케인으로 부서진 셈이다.

기후변화는 국제정치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산과 행정력이 부족한 국가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거듭되면,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되고 식량 사정은 더욱 나빠진다. 이는 국가의 내부 사정을 악화시켜 정국 불안정을 초래한다. 한 국가에서 발생한 정치적 불안은 인접국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는 지역 내 지정학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미국 국가정보국(DNI)과 국방부 등에서 기후변화와 국가안보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사정과 무관치 않다.

한반도는 기온 상승폭이 세계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룰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군 차원에서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하고, 폭염이나 한파가 야외에서 활동하는 장병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연구하여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은 훈련 및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대규모 자연재해가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군 차원의 재해 피해 지원과 구조 체계를 확대·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태풍이 해안이나 격오지에 있는 군사시설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을 고민하고, 취약점을 보강해 인명·재산 피해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북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등으로 만성적인 식량 부족 문제가 악화될 경우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대북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전환하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북한 핵·미사일처럼 국가안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위협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대응책 모색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이 한층 복잡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기후변화와 안보 문제를 연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정과제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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