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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위헌 심판대 오른 ‘사형제’… 생명권 침해 여부 등 쟁점

입력 : 2022-07-15 06:00:00 수정 : 2022-07-14 23: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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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위헌 심판대 올라… 헌재 공개변론

생명권 침해 여부 등 쟁점 공방
헌소 청구측 “범죄예방 입증 안돼
인간 존엄 어긋나 각국 폐지 추세”

법무부 “합헌 번복할 사유 없어
종신형도 사형 위하력 대체 못해”
7개 종단, 위헌 촉구 의견서 제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사형제의 존폐를 가르기 위한 공개변론이 13년 만에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사형제가 위헌 심판대에 오른 것은 1996년과 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청구인 측은 사형제가 “헌법이 규정한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제도”라며 폐지를 주장했고,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은 대체 불가”라며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헌재는 이날 대심판정에서 윤모씨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가 “사형제는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윤씨는 부모를 살해한 혐의로 2019년 8월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2019년 2월 사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헌법소원 심판 대상은 ‘형의 종류’를 규정한 형법 41조와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는 형법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다. 공개변론에서는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반하는지, 기본권인 생명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청구인 측은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해 개선 가능성을 없앤다”며 “사형제가 수단 적합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형제의 일반예방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고 효과가 있다 해도 사형제는 인간 존엄성에 어긋나 허용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헌재는 이미 두 차례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합헌 결정은 여전히 옳고 이를 번복할 사정 변경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죄질 불량한 범죄의 법정형을 더 중하게 규정한 형벌 체계는 응보적 정의를 반영한 것으로 형벌은 단순히 교화 목적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이 죽음에 대한 근원적 공포를 고려하면 사형이 가지는 위하력은 대체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 변론에는 허완중·장영수·고학수 교수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재판관들에게 의견을 설명했다. 청구인 측 허완중 전남대 교수는 이미선 재판관이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한 극악 잔인한 범죄가 발생한 경우, 범죄자의 생명권을 박탈해야 할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냐”는 질문에 “극단 범죄자는 가석방 상관 없이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범죄자일지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우리가 죽일 수 있다고 하면 그 작은 틈이 커져서 더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직권으로 지정한 고학수 서울대 교수는 “(사형제의 범죄 억지력과 관련) 미국 국가연구평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형벌을 강화하면 범죄가 줄어드는 통계적 연관성이 있지만 인과관계는 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데이터를 이용한 실증적 분석은 없고 미국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분석이 있지만 아직 일반론적인 결론은 나지 않았다”며 “그렇다고 억지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형벌은 어떤 식으로든 억지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헌법재판소 사형제도 공개변론에 대한 종교·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피청구인 측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범죄 억지력이나 일반예방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한다”면서도 “국민들이 요구하는 응보적 정의가 깨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파급력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은 이날 헌재에 제출한 공동의견서에서 “인권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헌재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


박미영·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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