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간 금리차가 커지자 매도세 강해져
韓무역협회 “부정적 영향 우려… 대비 필요”

엔화가 달러당 136엔 후반까지 떨어지며 24년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저’가 확대되면서 일본 정부가 개입을 시사했으나 미국과의 금리차 확대로 인한 유동성 과잉 우려에 엔화 가치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화는 전일 대비 1% 넘게 하락한 달러당 136.50엔까지 떨어지며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올해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 가치는 이달 130엔을 돌파한 이후 약세에 속도가 붙으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유로당 엔화 가치도 143엔 안팎을 오가며 이달 들어 140엔대의 저공비행을 이어 가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정반대의 방향성을 고수하면서 엔화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며 긴축에 나섰으나, BOJ는 금융 완화를 위한 저금리 기조를 이어 가고 있다. 미·일 간 금리차가 커지자 시장에서 엔화 공급이 넘쳐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며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BOJ와 연준 사이에) 끼어 있는 엔화는 올해 최악의 주요 10개국(G10) 통화가 됐다”고 상황을 전했다.

일본 정부도 개입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0일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와 회담을 하고 “급격한 엔저를 우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로다 총재도 이런 의견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도 외환시장 개입 의사를 피력했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달러당 140엔을 넘어서면 BOJ도 정책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엔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과 수출경쟁 중인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2010년 중반 이후 한·일 양국의 수출구조는 차별화됐으며, 원화 절하도 함께 이뤄져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엔저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경쟁력이 일본보다 하락한 품목은 영향이 클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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