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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숭고한 용기, 이해와 배려의 씨앗 되길”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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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21 06:00:00 수정 : 2022-06-20 19: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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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횃불처럼’ 펴낸 허행일 시인

故 심정민 소령 기리는 시집 발간
국내 시인들 동참… 시 85편 담겨

“고인과 대구 능인高 25년 선후배
죽음·삶 기로 속 주민 구하고 산화
개인주의 성찰하는 계기 되었으면”
수익금 전액, 추모사업 기탁키로
허행일 시인이 추모시집 ‘그대 횃불처럼’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그 상황에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비보를 전해 듣는 순간 이리저리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자 추모 시집 만들기에 푹 빠져들었죠.”

영남 지역에서 활동하는 허행일(53) 시인은 22일 전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공군 조종사 심정민 소령의 뜻을 기리는 추모시집 ‘그대 횃불처럼’을 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가 발간한 추모시집엔 심 소령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내 시인들의 시 85편이 담겼다.

허 시인은 “추모시집을 발간하기로 결심한 뒤 주변에 이런 사실을 알리자 서울과 (충북) 청주, (경남) 양산 등 곳곳에 거주하는 시인들이 동참해 의미를 더했다”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제복 입은 영웅들이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는데, 이 가운데는 순직한 심 소령의 이름도 있었다.

심 소령은 지난 1월 11일 오후 1시 44분쯤 KF-5E 전투기를 타고 임무를 수행하던 중 엔진 결함으로 기체가 경기 화성 소재 야산에 추락하면서 산화했다. 그는 관제탑에 탈출 의사를 두 차례 알리고 추락할 때까지 10초 정도의 여유가 있었지만, 민가에 기체가 떨어지면 발생할 피해를 막기 위해 조종간을 놓지 않고 야산에 추락해 순직했다. 전투기가 추락한 지점은 민가에서 불과 100 떨어진 지점이었다.

허 시인은 심 소령과 대구 능인고등학교를 졸합한 선후배 사이다. 허 시인이 25년 선배이지만 심 소령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그는 “추모시집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작가로서의 사명감도 아니고, 그가 제 고교 후배라서도 아니다”며 “죽음과 삶의 기로에서 결코 짧지 않은 10여 초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비상탈출 대신 민간인 주거지역을 피해 야산으로 조종간을 돌려 산화한 그의 ‘숭고한 용기’에 대한 제 부끄러움의 작은 면책”이라고 말했다. 허 시인은 “어려운 시대에 점점 개인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 사회 구성원들이 한 번쯤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이들 영웅의 숭고한 용기가 우리의 마음속에 ‘이해와 배려’라는 잔상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추모시집 판매 수익금 전액은 심 소령 추모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허 시인은 “심 소령의 숭고한 정신적 유산을 이 땅에서 계속 이어받을 수 있기 위해 추모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사업이 매년 행사를 거치며 제대로 골격을 갖춰 이 땅에서 커다란 운동으로 승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1995년 ‘안지랑 문학지’를 통해 시집 ‘바람맞는 법’을 발표한 뒤 문단에 데뷔한 허 시인은 한국시민문학협회 사무처장, 낙동강문학 발행인과 봉사단체인 ‘대구를사랑하는사람들’의 회장을 맡고 있다.


글·사진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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