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적 없다
다녀간 적도 없다
아무도
오로지 당신이다. 한 번도 본 적 없으나 겹눈 속 내 영혼을 밀고 들어서는 당신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는 나로 빛이 난다. 서럽고 차가운 환영으로 몹시 어지럽다. 내가 아닌 나로 들락거리다 먼지 때문에 쿨럭거린다.
당신이라는 가벼움
당신이라는 반사
당신이라는 날카로운 간섭
어쩌면 이것이
내 생애 최고일지라도 모른다는 생각에
홱 돌아보면
없다, 당신

암요, 모르포(Morpho)나비를 알고말고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인 푸른빛의 날개를 가졌지요.
그런데 아름다운 당신은 변신의 귀재이지요.
내가 당신을 보는 순간에 따라, 태양에 따라 당신은 카멜레온처럼 변합니다.
어느 날, 아무도 다가온 적도 다녀간 적 없는 나에게
당신은 서럽고 차가운 내 영혼을 밀고 들어옵니다.
당신의 존재로 나는 나도 모르는 나로 빛이 납니다.
당신이라는 가벼움,
당신이라는 반사,
당신의 날카로운 간섭을 받는 것이 내 생애 최고일지 모릅니다.
현란하게 빛나는 당신의 날개를 잡는 순간 당신은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누구인지요?
박미산 시인, 그림=원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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