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따라 법 개정 쉽지 않아
시행령·시행규칙으로 추진 관측
“정부가 지배하는 명령국가” 지적
일각선 “꼭 법률로 할 사항 아냐”
경찰 내부 “법적대응 필요” 목소리

행정안전부가 국회의 법률 개정을 거치지 않고 시행령 등을 통해 경찰 통제 강화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두고 법치주의 위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법학계에선 이에 수긍하는 의견과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는 오는 21일 최종 권고안을 발표한다. 자문위는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과 ‘사법경찰’을 추가하고, 경찰 고위인사 제청권 실질화 등을 추진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부 내 사법경찰 감찰을 위한 조직 신설 등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이 쉽지 않은 만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추진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으로 꾸려진 시민단체 연대 기구인 경찰개혁네트워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개혁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경찰의 비대한 권한을 분산·축소하기 위한 방안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근본적 차원의 정부 조직 개편을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 절차를 회피하고 시행령으로 처리하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17일 긴급 소집한 국장급 회의에선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치주의에서 법이란 헌법과 헌법에 합치되는 법률이고, 시행령은 법률을 집행하기 위해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행정부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고쳐 국회 의사에 반하는 의사를 규정해 집행하면 법치주의가 아니다. 법이 지배하는 법치국가가 아니라 정부가 지배하는 ‘명령 국가’”라고 지적했다. 김연수 동국대 교수(융합보안학)는 “행안부가 만든다는 경찰국의 업무 범위가 관건”이라면서 “단순 감찰 기능을 넘어서 인사 등 경찰을 포괄적으로 통제하는 기능을 가진다면 1987년 개헌, 1991년 경찰법 제정 등 역사적 과정을 다 뒤엎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경찰 통제를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 국무총리 산하로 격상하거나 심의·의결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들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권이 비대해진 반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 지휘권이 사라져 통제는 약화됐다”며 “경찰권 오·남용에 대한 시민들 불만이나 우려가 많아진 상황에서 과거 법무부가 (외청인) 검찰을 통제했듯이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는 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전혀 없던 권한을 창출하는 것이라면 법률로 해야겠지만 행안부 산하 경찰청에 대한 관리·통제를 좀 더 구체화하는 정도라면 꼭 법률로 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